표준어란 한 나라의 규범이 되는 말이다.

표준어가 없는 경우에는 지방마다 각기 다른 방언이 난립되어 국민 사이의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생기고 국가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표준어는 새로이 만들어 내는것이 아니다.

한 나라에서 이미 쓰여지고 있는말가운데서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사람들이
가장 좋은 말로 여기는 말을 약간 손질하여 표준어로 정하는게 일반적이다.

한 나라의 수도처럼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가 되는 곳의 말이
흔히 표준어가 된다.

한국도 수도인 서울의 말을 표준어로 삼아 왔다.

표준어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1930년대였다.

조선어학학회가 33년에 "한글맞춤법통일안", 36년에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이라는 책을 펴낸 것이 계기였다.

그뒤 이 책들을 근거로 "큰사전"을 비롯한 국어사전들이 잇달아 간행
되면서 표준어가 정착되게 되었다.

한국 표준어의 선정에 기준이 된것은 "한글맞춤법 통일안" 총론 제2항의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규정이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중류사회의 계층적 성격이다.

당시 표준말사정위원 모두가 지도급 식자층이었고 표준어의 기준도 그들이
속한 계층의 말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그 중류사회는 사회적으로
지도충에 있는 사람들의 계층이었고 아주 특수한 상류사회만을 제외한
중상류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개념상의 혼란을 바로 잡을 목적으로 1988년 당시 문교부는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을 새로이 고시하면서 표준어의 사정기준을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수정했다.

이렇게 정책된 한국표준어가 광복 이후 남북분단과 더불어 남한에서만
사용되는 배운을 맞았다고 북한에서는 "조선문화어"라는 또 하나의
표준어를 탄생기켰던 것이다.

그 결과는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골은 깊어져 왔다.

그것은 마침내 단일민족사회의 분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공산국가로서 "조선문화어"를 한민족 표준어로 받아 들였던
중국이 오는 9월부터 대학 조선어과 주교재를 서울말로 고친다는 소식은
한국표준어의 국제적 복권, 나아가서는 원상회복의 조집이랄 수 있다.

국가 또는 민족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표준어의 주기능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중국의 대한민족문화정책에 큰 전환이라고도 볼수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