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독직사건이 결코 적지 않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공무원이
잇달아 수뢰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정말 충격적이다.

그만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올들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는등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해가고 있다.

그 업무도 지극히 다양하다.

한도를 넘는 출자는 아닌지, 가격을 담합해서 올리지는 않는지,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실제이상의 과대광고는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글자그대로 "경제검찰"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업 경영활동의 시작에서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어느
단계에서건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이 가능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책국장의 수뢰는 그가 경쟁국장으로 재직중이던
재작년 2월 동양맥주에서 조선맥주를 과장-비방 광고로 공정위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 조선맥주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제품 판촉을 놓고 가열됐던 맥주사간 광고전에서 공정위의 판정은 시장
판도변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공정위의 결정이 기업의 사활을 가름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그 업무를
다루는 공무원들의 도덕성은 더욱 긴요하다고 할수 있다.

일부에서는 공정거래위간부의 잇단 구속이 검찰과의 갈등에서 빚어졌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토록 돼 있는 공정거래법(71조)에 따라 검찰과 공정위는 정례적으로
"공정거래사법협의회"를 갖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구속된 두 공정위
국장들은 이 협의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돈을 받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공정위 동정론은 설득력이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는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거듭 태어나야 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재검검해야 할 것이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권한축소를 통한 규제완화의 물결속에서도 공정거래 업무만은 강화돼야
한다는데 인식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그래야 시장기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복잡한 경제활동에서 나타난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을 공정거래의
잣대로만 잴수는 없다.

성능과 가격을 다른 회사제품과 비교, 우수성을 내세우는 이른바 비교
광고가 비방광고, 곧 불공정경쟁 행위로 간주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주요 공산품이 거의 망라되게 마련인 독과점 품목의 경우 공정거래법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먼저 값을 올린 사업자는 "지위 남용행위"로, 다른
사업자에 따라 올리면 "동조적 인상"으로 규제하게 돼있다.

물가불안이 극심했던 80년에 이 법이 제정됐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인데, 가격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악용돼 시장을 통한 경쟁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상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 직원들의 거듭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공정거래 제도도 독과점
원인행위에 대한 규제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