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은 16일오후 중요한 회의를 열었다.

제목은 "ALM(자산부채종합관리) 위원회".

최근의 금리동향과 이에 따른 여.수신금리 인하여부가 주제였다.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10%대에 접어든 마당에 기존의 금리체계를 유지하고
영업방법을 고수하는건 한계가 분명한 만큼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조흥은행만이 아니다.

대부분 은행이 이날 수시로 ALM회의를 열었다.

정례이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은행등 금융기관이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큼 다가선 "저금리
시대"는 이처럼 금융기관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의 내용은 분명하다.

종전의 "앉아서 장사하기식" 영업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비교적 편안하게 장사해왔던게 사실이다.

비용을 따지지 않고 자금만 조달하면 그만이었다.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은채 주먹구구식으로 자금을 운용해도
역마진이 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저금리시대는 우선 "자금조달보다는 운용이 우선"이라는 상황을 자아냈다.

회사채수익률이 연10%대다.

연11%대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채에 투자해봤자 역마진이 난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데 운용할데도 없다.

궁여지책으로 대출세일이 나서고 있지만 안심하고 돈을 빌려줄수 있는
대기업이나 가계는 더 낮은 금리를 요구하며 외면하고 만다.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면 좋겠지만 계속되는 부도로 부실여신발생이
우려된다.

그래서 대형은행의 경우 하루에 2천억원가량을 연9%대의 콜로 운용하고
있다.

그래도 금전신탁을 중심으로 수신은 꾸준히 늘어나기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금운용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금융기관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마련이다.

은행들이 부랴부랴 ALM팀을 활성화하고 각종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금리시대는 자금조달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금리네고"를 활성화해 왔다.

다소 높은 금리를 주고라도 연.기금등의 거액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점포장들은 "예금사오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이런 관행은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한 예금을 반기는 사람은 어느 은행에도 없다.

이미 대부분 은행들은 이른바 "네고금리"를 최소화하고 있다.

거액의 기관예금의 금리입찰도 일정한 수익을 내는 운용처가 있을
경우에만 참여토록 제한하고 있다.

"하루 1백억원씩의 가계금전신탁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예금의 경우 다른 은행보다 0.1%포인트만 더 준다고하면 얼마든지
유치할수 있다.

거액예금이 아무리 탐이 나더라도 섣불리 예치할수 없는게 현재 상황"
(허호기 한일은행상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자금조달과 운용의 패턴변화는 어쩌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론 금융기관의 경영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송승효 조흥은행상무는 "그동안 금융자율화와 금리자유화의 진전으로
은행들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돼왔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관리에 대한
대책은 유명무실했던게 사실"이라며 "저금리시대는 금리.신용.유동성리
스크에 은행을 전면적으로 노출시켜 이제 새로운 경영전략수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리스크관리를 경영적 관점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얘기다.

과연 은행등 금융기관들이 이런 요구에 얼마나 신속히 대응, 저금리시대를
살아나갈 것인지 주목되는 시기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