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엘리베이터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판매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업계내부의 경쟁심화로 수익성마저 악화
되고 있는 상태다.

세계 엘리베이터 수요는 90년대초 연간 9만대를 상회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7만대에도 못미쳤다.

수요부진에 따른 수익감소현상은 만성적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
엘리베이터업체뿐 아니라 "빅5"로 불리는 독일의 오티스사 테센사, 스위스의
쉰들러사, 핀란드의 콘사, 일본의 미쓰비시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쉰들러사의 경우 95년도 세후순이익은
6천7백만달러로 94년에 비해 조금도 늘지 않았다.

이처럼 엘리베이터업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엘리베이터와 연계돼
있는 건설업 경기가 위축돼 있기 때문.

최대 건설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건축업계가 경기부진으로 불황에 빠지자
엘리베이터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 태국등 아시아권에서의
건설붐으로 엘리베이터 제작업체들이 그나마 현상유지를 할 수 있었다.

건설업부진에 따른 수요감소에 대해 엘리베이터업체들은 원가절감 디자인
단순화 판매제휴등으로 나름대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부진은
마찬가지.

이에따라 업계가 새롭게 역점을 두고 있는 부문은 서비스부문이다.

하지만 "빅5"들이 소형전문서비스업체들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비스부문에서 대형제조업체들은 자금력과 조직을 내세워 제조업계에서
군림하는 것만큼 강력한 힘을 갖지 못한다.

엘리베이터에 대한 서비스는 사고발생후 30분이내에 신속히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대형제조업체보다는 지역단위로
중소규모빌딩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전문서비스업체가 유리하다.

지역전문서비스업계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현재 10~20%선이다.

이같은 점유율은 점점 늘어갈 것이라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경우 50%의 시장을 소형 전문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헬싱키 카네기재단의 로 닐슨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엘리베이터제조업체와
건설업체간에 3년기한으로 체결된 서비스계약이 기한만료전에 반가격에
재체결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대형제조업체들의 악전고투 상황을 설명
한다.

그러나 살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빌딩경영"이란 기치를 내건 독일의 테센사는 엘리베이터 관리업무뿐아니라
에어컨디셔닝 전력 리프트를 연계한 종합서비스를 제공, 활로를 찾고 있다.

핀란드의 콘사는 "규모의 경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규모 호텔체인과 계약을 체결, 소규모업체들과 또다른 영역
에서 서비스부문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서비스시장 공략을 위해 가장 눈에 띄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업체는 최대
제조업체인 오티스사.

오티스사는 관리자가 먼곳에서도 엘리베이터 작동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전자감응장치를 개발, 소규모서비스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이같은 대형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은 새로운 차원의 엘리베이터 운행방식도
가능하게 한다.

최근 콘사는 리프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엘리베이터가 소비하는 전력의
40%만으로 운행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엘리베이터 기술을 발표, 세계각국
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자구책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업계가 진정 기대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기술개발보다는
근본적인 시장상황의 변화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