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희망을"

성적이 학생평가의 제일의 기준이 되는 교육상황에서 중.하위권학생들
에게 "할수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는 "꼴찌교실"이 운영되고 있어
화제다.

꼴찌교실은 성격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학생들에게 적극적이고 희망찬
생활을 할수 있도록 사고전환을 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공부하는 법"이 아니라 긍정적
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뀔때 학습효과도 높아지고 성적은 저절로
나아진다는 것.

중학교 2학년생인 안호준군 (가명.남)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일단
"아프다"는 말이 몸에 밴 꾀돌이 학생이었다.

초등학교때까지 성적이 우수했지만 중학교에 입학한뒤 차츰 성적이
떨어지면서 이같은 자기방어본능이 어느새 생겨났다.

안군은 모든 일에 주눅이 들었고 소극적인 학생이 됐다.

그러나 6주전부터 "큰나무학교-꼴찌교실"에 다닌 안군은 요즘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프다"는 말이 사라지고 자세도 당당해졌다.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성적도 자연히 좋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송기성군(17)은 "학교에서 선생님을 보면 겁부터
났으나 이젠 다르다"며 "자신감도 생기고 공부하는데도 집중이 잘된다"고
말한다.

"꼴찌교실"은 지난 93년에 육영재단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작, 94년부터
3년째 최정원장이 설립한 "큰나무학교"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기에는 학급에서 하위권인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했으나 지금은
중.상위권 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속에 기를 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교육은 10주과정으로 매주말에 1박2일로 용인에 있는 KID(한국산업개발
연구원) 연수원에서 벌어진다.

주눅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인만큼 내용도 다른 연수프로그램과는
달리 풍부하고 다양하다.

청학동 출신으로 잘 알려진 김봉곤씨가 한문과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시간에는 학생들의 자세가 바로 잡혀진다.

하일성 프로야구해설가가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인 장종훈 선수도
처음에는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연습생이었다.

할수있다는 희망을 갖고 꾸준히 연습한 결과 지금은 모두가 다 아는
훌륭한 선수가 됐다.

여러분에게도 이러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의할때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인간의 잠재능력은 무한하다.

신념과 의지를 갖고 이를 개발해나가면 인생의 성공자가 될수 있다"는
요지의 고순계강사의 강의도 펼쳐진다.

단순히 교실내에서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회복은 "땀"을 흘리는데서 시작한다는 원칙이 철저하다.

자신감을 심기위해 "나는 할수있다" 목소리 높여 외치기, 인내력을
키우기위한 철야행군 산악훈련, 탈춤 등 전통예술.

10주교육과정가운데는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나서야 어린 학생들을 올바르게 키울수 있기
때문이다.

"꼴찌는 가정에서부터 만들어 집니다.

공부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을 심어주거나 다른 학생들과 비교할때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합니다"

부모가 변해야 자식도 변한다는 최원장의 말이다.

교육이 끝나는 10주째 퇴소식이 열리는 강당에서는 그래서 눈물바다가
자주 연출된다.

"그동안 얼마나 변할까"반신반의하던 학부모들도 "나는 할수있다"고
외치는 대견스러운 자식을 볼때 부둥켜안고 울어버리기 때문이다.

1등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우리 교육현실속에서 이들 청소년은 자신과
희망을 얻음으로써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