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중남미 최전선'] (4.끝) 현지화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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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멕시코 동북부의 소도시 케레타로.
이날 대우전자 냉장고 공장 2층 사무실에는 1백명이 넘는 멕시코인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생산직 사원을 새로 모집한다는 소릴 듣고 몰려온 사람들이다.
허름한 옷차림을 한 이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면접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멕시코 북부 마킬라도라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이다.
"사람을 골라 뽑을 수 있을 만큼 지원자가 많다"(대우전자 이강춘관리과장)
는게 이 곳의 인력사정이기 때문.
그러나 풍부한 인적자원만 갖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벽을 넘기란
역부족이다.
한국에서와 동일한 품질관리 등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현지인들 대부분은 미숙련 노동자다.
"현지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멕시코 진출의 성패가 갈린다"
(강승원 LG전자 멕시코법인 부법인장)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남미 "최전선"에 집결한 한국기업의 현지화는 따라서 "인간관리"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지화의 한 축은 사람, 바로 "인간혁명"인 것이다.
이 곳 대우전자 공장의 현지채용인은 모두 1백1명.
이중 중간관리자들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생산직 근로자다.
케레타로 공장의 냉장고 생산시스템은 주공정에 투입되는 서브공정(부품
조립라인)을 단순화한게 특징.
이 시스템이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선 각 조립공정에 위치한 근로자들이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틀넥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는 현채인관리자들에게 현장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맡김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처음엔 한국인 중간관리자들이 직무교육을 맡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마찰이 잦아졌다. 서로의 문화와 업무방식이 달랐던 것이다"(박준성 대우
케레타로법인장).
"라 세군다 이노바시온(제 2의 혁신)"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현지화
작업을 수행중인 멕시칼리공장(LG전자) 역시 생산성의 기본은 "사람"이다.
현지인 중심의 "특 A"팀에서 제안한 "베르사틸(Versatil.유연하다는 뜻의
스페인어)" 시스템은 그 출발점이다.
이 팀은 작업자의 "다능공화"를 통해 TV조립라인을 개선했다.
각각의 종업원들이 인접 공정에 익숙토록 해 순발력있게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한 것.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을 믿고 종합공정을 맡겼더니 의외로
잘 적응했다. 우리는 새 시스템을 옵티마스타(문어)라고 부른다. 하나의
라인에서 TV도 나오고 TVTR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베가 마르티네스
라인반장).
삼성전자 티후아나 공장은 근로 의욕을 높이는데 인사관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생활에 익숙치 않은 멕시코인들의 특성을 감안해서다.
매달 모범사원 8-9명을 뽑아 60달러 상당의 상품을 주는 인센티브방식을
시행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생일을 챙겨주는 제도도 마찬가지다.
매달 두번씩 생일을 맞은 근로자들을 모아 선물을 주고 간단한 파티를
열어주는 것.
이 자리는 자연스럽게 중간관리자와 근로자들간의 대화로 이어진다.
티후아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돌로렌스 아르시니에가씨(36)는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계 공장에서도 근무해 보았지만 상사와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없었다"며 "자유롭게 대화하고 의견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통상 멕시코근로자들의 평균 이직률은 10%를 넘나든다.(티후아나시 자료)
반면 이 곳에 진출해 있는 가전3사 공장은 이직률이 3-4%에 불과하다.
(최문경 삼성 티후아나법인장.이사)
현지화 작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자신이 잘못해 남의 차를 들이받고도 흔히 "노 에스 걸파 미아(내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곳 멕시코인들.
그러나 이말엔 "고의적이지 않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언어의 차이를 넘는 미묘한 문화의 차이인 셈이다.
가전사들의 글로벌 생산전략은 이렇게 문화의 차이까지 이해하는 현지화가
그 출발점이다.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 동시에 "라 가나도라(승리자)"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케레타로(멕시코)=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
이날 대우전자 냉장고 공장 2층 사무실에는 1백명이 넘는 멕시코인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생산직 사원을 새로 모집한다는 소릴 듣고 몰려온 사람들이다.
허름한 옷차림을 한 이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면접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멕시코 북부 마킬라도라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이다.
"사람을 골라 뽑을 수 있을 만큼 지원자가 많다"(대우전자 이강춘관리과장)
는게 이 곳의 인력사정이기 때문.
그러나 풍부한 인적자원만 갖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벽을 넘기란
역부족이다.
한국에서와 동일한 품질관리 등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현지인들 대부분은 미숙련 노동자다.
"현지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멕시코 진출의 성패가 갈린다"
(강승원 LG전자 멕시코법인 부법인장)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남미 "최전선"에 집결한 한국기업의 현지화는 따라서 "인간관리"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지화의 한 축은 사람, 바로 "인간혁명"인 것이다.
이 곳 대우전자 공장의 현지채용인은 모두 1백1명.
이중 중간관리자들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생산직 근로자다.
케레타로 공장의 냉장고 생산시스템은 주공정에 투입되는 서브공정(부품
조립라인)을 단순화한게 특징.
이 시스템이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선 각 조립공정에 위치한 근로자들이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틀넥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는 현채인관리자들에게 현장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맡김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처음엔 한국인 중간관리자들이 직무교육을 맡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마찰이 잦아졌다. 서로의 문화와 업무방식이 달랐던 것이다"(박준성 대우
케레타로법인장).
"라 세군다 이노바시온(제 2의 혁신)"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현지화
작업을 수행중인 멕시칼리공장(LG전자) 역시 생산성의 기본은 "사람"이다.
현지인 중심의 "특 A"팀에서 제안한 "베르사틸(Versatil.유연하다는 뜻의
스페인어)" 시스템은 그 출발점이다.
이 팀은 작업자의 "다능공화"를 통해 TV조립라인을 개선했다.
각각의 종업원들이 인접 공정에 익숙토록 해 순발력있게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한 것.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을 믿고 종합공정을 맡겼더니 의외로
잘 적응했다. 우리는 새 시스템을 옵티마스타(문어)라고 부른다. 하나의
라인에서 TV도 나오고 TVTR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베가 마르티네스
라인반장).
삼성전자 티후아나 공장은 근로 의욕을 높이는데 인사관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생활에 익숙치 않은 멕시코인들의 특성을 감안해서다.
매달 모범사원 8-9명을 뽑아 60달러 상당의 상품을 주는 인센티브방식을
시행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생일을 챙겨주는 제도도 마찬가지다.
매달 두번씩 생일을 맞은 근로자들을 모아 선물을 주고 간단한 파티를
열어주는 것.
이 자리는 자연스럽게 중간관리자와 근로자들간의 대화로 이어진다.
티후아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돌로렌스 아르시니에가씨(36)는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계 공장에서도 근무해 보았지만 상사와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없었다"며 "자유롭게 대화하고 의견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통상 멕시코근로자들의 평균 이직률은 10%를 넘나든다.(티후아나시 자료)
반면 이 곳에 진출해 있는 가전3사 공장은 이직률이 3-4%에 불과하다.
(최문경 삼성 티후아나법인장.이사)
현지화 작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자신이 잘못해 남의 차를 들이받고도 흔히 "노 에스 걸파 미아(내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곳 멕시코인들.
그러나 이말엔 "고의적이지 않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언어의 차이를 넘는 미묘한 문화의 차이인 셈이다.
가전사들의 글로벌 생산전략은 이렇게 문화의 차이까지 이해하는 현지화가
그 출발점이다.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 동시에 "라 가나도라(승리자)"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케레타로(멕시코)=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