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교 < 이스턴컨설팅 대표 >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음성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추징액이
6,7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써 음성소득의 대부분이 과세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합법적(?)인 음성소득이 도처에 널려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항상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떤 이 땅의 선량한 근로자들은
정보화의 발달에 힘입어 앞으로는 탈세의 여지가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한적이 있었다.

현금그래 보다는 신용카드의 사용을 장려하고 기장을 의무화한다면 세원이
대부분 포착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최근들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카드결제액이나 발행빈도가 큰 일반사업자는 세무추적을 피하기 위해
카드매출전표를 영세사업자의 이름을 빌려 변칙 발행하고 영세사업자는
장부기장의무가 없음을 이용해 적당히 빠져나가고 있다.

왜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모든 납세자가 사실에 근거하여 납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납세자 집단중 세원을 충실히 공개하고 있는 집단은
근로소득자 집단밖에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 이외의 납세자집단들의 경우 소득의 포착이 근로소득만큼 용이하지
않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다.

하나는 기장의 어려움이고 다른하나는 거래포착의 어려움이다.

거래포착의 문제는 세금계산서 발행, 금전등록기 사용, 신용카드에 의한
결제등으로 상당히 보완될수 있고 실제 보완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현금결제관행이 감소될수록 더욱 더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대부분이 기장의 어려움에 있다.

기장의 어려움은 왜 생기는가.

회계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납세자로 하여금 회계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데
이상적인 기장이 되려면 회계전문가가 납세자와 함께 하면서 수익과 비용의
거래내역을 그때그때 정확히 기록하여야 한다.

규모가 있는 사업자들인 경우에는 회계전문부서를 두거나 전문가를 채용해
장부를 작성하지만 영세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고임금의 회계전문가를 채용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장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다.

기장의무 면제자들은 사업자수에 있어서 절대다수를 점하며 이들은
업종별로 책정된 표준소득율에 의해 납세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비록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 제도적으로 근거과세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최근 정부에서 "세제 중장기 발전안"을 발표하였다.

소득종류간 과세차별을 없애겠다는게 골자이다.

그리고 97년부터 본격 가동될 국세통합전산망의 가동에 따라 일선 납세자의
기장을 전산화해야 한다는 조세연구원의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기장에 의한 근거과세 관행이 정착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모든 사업자들이 기장을 할수 있게 할 것인가.

회계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현행 제도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회계처리방식은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분개하여 회계적 신호로
바꾸어야 회계처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회계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회계전문가 대부분은 정보생산자라기 보다는
정보통역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모든 사업자들이 기장을 할수 있고 이에 의하여 근거과세의 관행을 정착
시키기 위하여는 이와같은 통역사가 필요없는 회계처리방식을 채용해야
한다.

정보통역사가 반드시 필요한 현재의 회계처리방식은 국민경제에 있어서
부가가치의 원동력이 되는 기업의 경영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에 있어서 회계정보는 다른 어떤 정보 보다도 중요한 핵심적인
정보이다.

그러나 반드시 정보통역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회계정보시스템은 경영
조직에서 경영자원이나 다른 경영정보와는 유리된 복잡한 흐름과 하부조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위 리엔지니어링 또는 리스트럭처링이라 불리는 경영조직혁신이
시도될때 경영정보시스템의 혁신을 동반할수 없게 되며 그로인해 효과면에서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회계는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로서 국민경제나 기업경영을 위하여 필수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처리방식의 제약으로 인해 목적이 포기되는 현실은 이제 극복되어야
한다.

이는 회계처리방식이 개선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현행
복식부기처리방식의 발전적 포기를 의미한다.

기업의 활동발생시점에 관련정보를 그대로 포착하여 경영정보화 하게
함으로써 활동주체와 정보생산자의 일체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활동정보회계
(AIA)는 현행회계방식을 발전적으로 대체하는 훌륭한 사례가 되고 있다.

회계는 특정인의 전유물이나 특정집단의 전문분야에 속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사회에서 누구나 공평한 참정권을 행사할수 있는 것처럼 회계는
회계로 그 결과가 표현되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수 있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