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시장실세금리의 하향안정화추세를 거스르는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어서다.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부터 "은행 여.수신금리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장금리가 연일 연중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수신금리를
오히려 인상하는 은행들에 눈총을 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따라 조흥 한일은행등은 가계대출금리를 연12.5%에서 13.0%로 0.5%
포인트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나섰다.

제일은행이 25일부터 일부 신탁대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키로한 것을
비롯 조흥 상업 보람은행등도 신탁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다른 은행들도 정부의 "금리인하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면서
여.수신금리에 손을 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자의반타의반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은행간 경쟁과 앞으로 시장금리전망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금리를 내릴 상황이 아니라는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우선 갈수록 치열해지는 은행간 경쟁이 문제다.

핵심은 물론 수신경쟁이다.

상업 국민은행등은 이달부터 금리를 1.0-2.5%포인트 높인 1년짜리 정기
예금을 한시적으로 팔고 있다.

그래야만 다른 은행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올수 있어서다.

수신금리가 이처럼 높다보니 여신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역마진이 나기 때문이다.

총선후 자금시장에 대한 불안도 은행들로 하여금 선뜻 금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물론 "시장금리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고 통화관리도 원활이 되고
있는 만큼 총선후에도 인위적인 통화환수는 없을 것"(김원태이사)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은행관계자들은 선거전에 풀릴 돈과 내달부터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로 들어올 외화자금을 감안하면 한은이 선거후에 통화환수에 나설게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게 은행들의 시각이다.

''금융자율화''와 ''현실적인 압력''이 어떻게 타협을 이룰지 두고 볼일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