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가 열렸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만은 아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경공업과 중공업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된데다 4.4분기 성장률이
6.8%로 급격히 낮아져 경기가 급랭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경제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줄수 있는 것은 9.0%의 고도성장을
이뤘다는 것보다는 성장의 내용 때문이다.

생산면에서는 제조업이, 지출면에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제성장을
주도해 성장률이 거품이 아니라는걸 보여줬다.

제조업은 10.7% 성장, 88년 13.8%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특히 중화학공업은 <>전기전자(26.7%) <>산업기계 (22.5%) <>수송장비
(15.8%)등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성장률이 14.8%에 달했다.

반면 경공업은 신발이 21.3%나 감소하는등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0.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업성장률도 91년 14.8%이후 가장 높은 9.8%에 달했다.

민간건설은 설비투자증가를 반영, 공장등 비거주용 건물건설이 호조를
보이고 표준건축비 조기인상및 재개발.재건축아파트건설 증가로 주거용
건물건설이 활발한데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해
10.8% 성장했다.

이밖에 서비스업은 운수.창고.통신등 물류및 통신부문의 높은 성장률로
인해 10.0% 성장했다.

그러나 농림어업은 쌀재배면적이 감소한데다 남해안 기름유출사고등으로
2.8% 성장하는데 그쳤다.

재화와 용역의 수출은 전년보다 24.1% 증가했다.

이는 86년의 26.5%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품수출도 25.3%나 늘었다.

엔화강세와 수출공급능력확대에 힘입어 자동차 반도체 기계류등을 중심
으로한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이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는게 한은의 설명
이다.

설비투자도 15.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94년의 23.6%에 비해선 증가율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산업용운반기계 컴퓨터관련기기등 산업용 기계류에 대한 설비투자는
전년(23.3%)에 이어 22.6%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 올 경제에도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반도체 유화 전기전자 자동차업종등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경기연착륙에 플러스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경기의 급랭여부다.

4.4분기 성장률은 6.8%로 3.4분기의 9.8%에 비해 무려 3.0%포인트나
낮아졌다.

한은이 당초 예상한 7.1%는 물론 잠재성장률(7.0~7.2%)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설비투자증가율은 3.4분기 15.5%에서 1.5%로 둔화돼 기업과 민간
연구소에서는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지난 1월 생산이 12% 증가하는등 올 각종 경제지표가
괜찮아 경기급랭으로 보기보다는 순조롭게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하는게 타당하다"(김영대이사)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지난해 정점에 달한후 하강국면에 접어든 경기를 부작용없이 연착륙
시킬수 있느냐가 올 경제를 좌우할 것이란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