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
지난 2월말 현재 새마을금고는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예적금중 대출해주지
못해 남아도는 돈이 3조원에 육박하고 신용금고들도 여유자금이 1조5천억원
을 넘어섰다.
지난 95녀말 현재 신협도 전체 11조9천억원의 예금중 대출해준 돈은
8조9천억원에 불과, 여유자금이 1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이들 서민금융기관들은 최근 90년대 들어 사상최저의 예대율
(예금액중 대출금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 2월말 현재 예대율은 72%, 신용금고의 경우 지난
2월말 현재 94.4% 기록, 지난 91년말과 비교했을때 각각 14%포인트, 4.1%
포인트 하락했다.
신협의 예대율도 지난 95년말 현재 74.8%로 지난 91년말의 83.6%보다
무려 8.8%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의 경우 예적금의 10%를 연합회나 은행등 금융기관에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예대율은 80%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서울소재 46개금고의 경우 지난 94년초 예대율 102%에서 95년초 이후
100%이하로 하락, 현재는 9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자금의 규모
를 구체적으로 보면 부국 4백40억원, 사조 2백20억원, 해동 3백60억원,
제일 3백30억원, 한솔 3백20억원등으로 전체 46개중 예대율이 100%를 밑도는
금고수는 23개에 달했다.
이들 금융기관에 여유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하고 대기업이 은행차입을 줄임에 따라 이전에는 소홀히했던 중소기업
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세일을 적극 늘려나가기 때문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또 할부금융사나 파이낸스사등 신종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것도 이들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새마을금고나 신협의 경우 대출해줄수 있는 고객이 조합원으로만
한정돼 있어 신규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관련, 유준향 새마을금고연합회장은 "새마을금고나 신협이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에 대출해 줄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새마을금고나 신협은 더이상 협동조합임을 포기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정부방침이 어떻게 결정날지가 주목된다.
<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