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한국은행 구미사무소 9억원 사기인출사건이 아직도 오리무중
이다.

범인의 윤곽도 잡지못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계에는 ''시중은행은 몰라도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하면 완전범죄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대구은행의 폴뱅킹사기사건의 용의자 검거등 일반은행 대상의 범죄는
쉽게 해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한은의 반응은 "무능한 경찰때문"이다.

"구미사무소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경우 당좌수표등 기본적인 용어도
모르는 것 같더라"(모 임원)다.

경찰이 범인을 조속히 검거해야 한은에 대한 불신이 사라질 터인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범인을 빨리 잡는것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이 현금사고에 대비, 각종 경비장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한은이 "경찰탓"만 하고 있는건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한은이 사고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건 아니다.

"시스템이나 구조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람의 문제" (이경식총재)라는
진단에 따라 근무기강쇄신을 위한 특별토론회와 창구근무직원에 대한 집중
연수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람문제"에 대한 대책이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총재가 "신상필벌에 입각한 순환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누누히 강조했지만
지난번 정기인사에 이같은 방침이 반영된 흔적은 찾아볼수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 1백4명의 승진자중 지점등 현업부서 근무직원은 고작10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한은이 이런식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는한 금융계에 퍼지고
있는 "완전범죄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리라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