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회의 시작은 아담한 흰색 도서관건물과 그 정면에 선 밑둥치가
한아름이 넘는 느티나무로 부터 연유한 서울중고등학교(신문로소재 현
서울시립미술관자리)의 학교도서관에서 6년간을 함께 도서부원으로 활동
하던 동창들의 모임이 "느티나무"회이다.

전체 선후배들이 함께하는 모임은 1년에 1~2회이며 각 기별로 정기모임이
있고, 그중 16회 동기회(1964년졸)는 20여년이 넘게 매월(세째 일요일)
모여 느티나무의 나이테처럼 만남의 두께를 더해가고 있다.

김자형 (우신상사경영), 홍상희 (서울공대교수), 유한구 (서울교대교수),
임용제 (용제약국경영), 필자 그리고 회원들의 전가족들이 이 느티나무의
멤버들이며 회장은 매년 윤번제로 하여 회장의 취향에 따라 매월 행사와
활동이 정해진다.

등산, 골프, 여행, 영화.연극, 전시회, 경기관람 등 다양하게 계획하여야
인기있는 회장이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임은 부부동반이 원칙이며 야외활동(등산, 여행)
에는 가급적 자녀등 전가족이 참가한다.

이제 모두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50줄의 친구들이 매월 만남을 통하여
35여년전 흰색도서관건물과 느티나무아래서 꿈꾸고 뛰놀던 소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어 좋다.

아뭏든 얼굴들을 마주 대하면 동네앞 느티나무그늘에 나와앉아 편히 쉬는
느낌으로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친구들이다.

학교수업이 끝난후 도서관으로 달려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늦은 밤까지
오래된 책들이 풍기는 향기와 책장넘기는 소리뿐인 정적속에 지내던
기억들이 우리들 만남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자리한다.

서울고 도서반 출신들의 전통은 느티나무회 1대회장이신 강신항 선배님
(국문학자.전성균관대교수)서 부터 내려오고 있다.

우리 16회 동기회 모임은 그 느티나무의 한 가지에 불과하지만 넉넉하고,
한결같고, 조용하고, 순수한 느티나무의 교훈을 매월 만남을 통해 새로이
하고 있다.

매년 여름휴가일자를 여렵사리 조정해 5가족이 여행을 함께해 오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모임은 어느 해 여름 "월정사"계곡에서의 야영,
동해안 "후진" 바닷가에서의 캠핑 등 고생했던 날들이 더욱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그동안의 적립금 일부를 털어 모처럼 해외나들이 "괌"
여행을 5가족 20명이 다녀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