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씨(여.27).
그녀는 여직원하면 흔히 떠오르는 회계장부를 정리하거나 차를 나르는
그런 여직원이 아니다.
거래업체 사람들과 몸으로 부딪쳐야하는 현장 영업사원이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쇳덩어리를 팔다니." 하겠지만 최씨는 판매에
관한한 남자직원에 결코 뒤지지않는다.
지난해 최씨의 판매실적은 무려 5백70억원어치.
하루 1억6천만원씩 판 꼴로 어지간히 "간"이 크지않고는 남자직원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고객을 "다루는" 솜씨도 남자직원 못지않아 거래업체들 사이에선 "여군
하사관"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고객들의 평가가 나쁜 것은 아니다.
최씨와 거래하는 업체들은 이 "여군하사관"을 오히려 최고로 꼽는다.
실제로 작년에는 포스틸의 고객들이 선정한 3명의 "우리회사 우수영업사원"
중 한사람으로 뽑혀 부상으로 6박7일간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씨가 철강영업을 시작한 것은 포철시절인 지난 93년1월.
남녀차등을 두지않고 여직원을 영업일선에 배치함으로써 대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회사방침에 따라 열연판매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터다.
현직장으로 온 것은 포철의 판매부서가 포스틸에 합쳐진 94년 7월.
포철시절을 합쳐 영업부서에 몸을 담은지 3년여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포철이 당초 여직원을 영업일선에 배치한게 여성의 부드러움으로 쇠의
딱딱함을 상쇄하자는 취지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부드러움보다는
남성 뺨치는 말투와 자신감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고객들에게 "했어요"라는 말을 쓰지않는다.
"했습니까"나 "했습니다"로 말을 끝낸다.
"이같은 군대식 어법이 그녀의 끈질긴 성격과 겹쳐 "여군하사관"이라는
별칭이 생겼다"고 같은 팀의 동료들은 전한다.
물론 그녀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거의 날마다 고객들에게 전화를 건다.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고객과의 유기적인 관계유지는 물론
서비스개선도 가능하다는게 그녀의 지론.
그녀는 따라서 고객이 있는 자리면 어디든 함께 한다.
술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가 고객관리에 어느정도 신경쓰는가 하는 것은 거래처 사람들로
고적답사반을 만들어 분기마다 한번씩 전국의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있다.
최씨는 "93년 선배의 소개로 현재 POSCO 재무본부에 근무하는 이경섭씨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지난해엔 우수영업사원 표창을 받았다.
또 올해엔 못다한 공부를 마치는등 해마다 경사가 잇다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88년 동구여상을 졸업하고 바로 포철에 입사한 그녀는 서경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해 지난 2월 졸업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