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던 국민연금제도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국민연금기금을 재정자금에 예탁할수 있게한 공공자금 관리기금법및 "국민
연금관리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이 받아들여져 헌재의 심판을 받게된
것이다.

일반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지난 88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 제도는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기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말 현재 가입자수 750만명에 적립금액이 16조원이며 오는 2020년께
까지는 적립금이 늘어나지만 지급액이 수입액보다 많아지면서 2033년에는
연금기금이 바닥난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같은 가능성에 대한 대응방안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연금갹출 요율을 올리고 연금지급 연령을 올리는 방안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가 대표적인 예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의 운용을 보다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수익성이 낮은 각종 공공사업이나 국공채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수천억원의 연금적립금을 손해봤다는 지적이다.

이번 위헌제청신청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비는 운용쪽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노령화사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고도성장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지 불균형은 피할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 정년이 55세 전후인데 아무런 대책없이 연금지급
연령만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것은 노후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설립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소득의 6%인 현재의 연금 갹출률을 조만간 10% 안팎으로 조절하고
차후 복지수준 향상에 맞춰 단계적으로 소득의 20%까지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부담이 되겠지만 서구 선진국처럼 복지수준이 높아진다면 큰 저항은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운용문제도 해결책이 쉽지 않다.

국민연금을 수익성이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 경우 각종
공공사업의 재원조달이 쉽지 않게된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연금의 성격이다.

국민연금은 노후보장을 위한 복지대책이지만 가입이 강제되는 준조세로서
운용결과야 어떻든 결국은 정부가 책임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원리에 따르는 개인 연금제도가 이미 도입됐기 때문에 국민연금 운용을
공공성보다 수익성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된다.

이보다는 국민연금을 예산심사를 받지 않는 재특회계의 유력한 돈줄로
인식하는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수 있다.

국민연금 전용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켜봐야 겠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국공채발행을 통한 재정자금 조달을 확대하는등 보다 투명한 재정
운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