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중남미 TV수출팀 윤여만차장은 얼마전 좌석 공간이 넉넉한
비즈니스 클래스(2등석)로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 출장을 다녀왔다.

비좁은 이코노미 클래스(3등석)에 20시간 이상 웅크리듯 앉아 있어야 했던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사뭇 호사를 누린 셈이다.

"그동안은 고된 항공여행의 후유증으로 피로가 겹쳐 정작 출장지에 도착
해서는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었던게 사실입니다.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출발이 상쾌하니 현지에서의 상담 등 업무 처리도 훨씬 매끄럽게
할 수 있더군요"

윤차장의 "해외출장 격세지감"은 항공기 좌석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번 출장 때 그는 상파울루의 최고급 호텔에 묵었다.

주정부 구매담당자 등 현지 바이어들에게 "근사한 식사"도 거리낌없이
대접했다.

비싼 통신료를 걱정할 필요없이 상담 진행과정을 수시로 본사에 전화
보고하기도 했다.

덕분에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주건을 가뿐하게 성사시킬 수 있었다.

LG그룹이 최근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도입한 "해외출장 실비정산제도"의
덕분이었다.

LG는 출장 경비의 실비 정산과 함께 항공기 좌석등급도 직급별로 상향
조정했다.

부장 이상에만 국한돼 있던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자격을 차장급으로,
부사장이상만 해당됐던 퍼스트 클래스(1등석)이용 대상을 전무급으로 확대한
것.

이같은 "출장경비 지원 혁신바람"은 비단 LG 뿐 아니라 최근들어 국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웬만한 대기업의 차장 이상은 미국 유럽 등 장거리 여행때 비즈니스
클래스로 "여유있는 출장"을 갈 수 있게 됐다.

숙박도 마찬가지다.

특급 호텔에서 품위있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삼성그룹은 임원 이상에 대해서는 숙박비를 실비 정산하고 있으며 직원들
에게도 거래선 접대비와 현지교통비 통신비 등은 실비로 지원하고 있다.

10시간이상의 장거리 출장일 경우 차장들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여행한다.

쌍용그룹도 최근 비슷한 내용으로 출장경비 지원규정을 개선했다.

임원 이상이어야 탈 수 있었던 비즈니스 클래스를 비행시간 8시간 이상의
해외출장일 경우 부.차장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숙박도 특급호텔이 기본이다.

"허름한 호텔에 숙소를 마련하고는 외국 바이어들의 "어디서 묵고 있느냐"
는 질문에 얼굴이 발개지던 경험은 옛 추억담일 뿐이지요"(쌍용양회 K부장).

(주)한화도 9시간이상의 장거리 출장일 경우 부장까지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

작년말 뉴욕 LA 출장때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했던 무역부문의 이덕영
부장은 회사로부터 지역및 직급에 따른 출장비(정액)외에도 비상시에 대비한
예비비까지 받았다.

예비비마저 떨어져도 법인카드가 있기 때문에 "돈걱정"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들이 출장 경비를 "현실화"하고 있는건 임.직원들에게 보다 넉넉하고
품위있는 해외출장의 기회를 부여해야 업무성과가 향상될 수 있다는 판단
에서다.

"글로벌 경영시대에 해외출장업무는 본사업무의 연장입니다. 출장 경비는
소모적인 비용이 아니라 더 큰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투자라는 쪽으로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있지요"(황영기 삼성전자 상무)

"품위와 격식", "편안함"을 두루 갖춘 해외출장은 이제 국제 비즈니스의
기본조건이 됐다.

해외에서의 격식없고 어설픈 행동은 기업이미지에 큰 손상을 주고 결국
출장 자체가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

"해외출장은 단순한 업무 차원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프로 세일즈맨으로서
외국 바이어를 상대하는 것이므로 출장자가 비용 따위로 신경을 쓰게 하는
건 궁극적으로 낭비를 초래할 뿐입니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출장경비는
더이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LG그룹 회장실 인사팀 김영 차장)

이같은 기업들의 "해외출장관 변화"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시대를 엿보게 해주는 또 하나의 단면인 셈이다.

"전장"에 관한 한 국내와 해외가 따로 없는 전방위 비즈니스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좀 불편하더라도 잠시 견디면 된다"는 식의 해외출장 비즈니스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집 드나들듯이 편안한 해외출장이 이제 자리잡혀 가고 있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