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곳 정기 이사회에서는 회사의 미래전략이 주로
논의된다.
특히 지난해 그린브리어회의에서는 회사창립 이래 가장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로버트 앨런사장이 이사회에 나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고 장래의 회사발전을 위해서는
회사를 분할하는 소위 스핀오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많은 논란 끝에 결국 앨런사장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AT&T는 장거리 전화사업 통신기기 사업 컴퓨터사업등 3부문으로
쪼개졌다.
분사화된 셈이다.
이 사업들이 각각 독립채산제로 운영됨은 물론이다.
이같은 분사화조치에 힘입어 AT&T는 본래의 주력사업인 장거리전화 사업에
치중할 수 있게 됐다.
AT&T는 분사화를 통해 계속 추격해 오는 MCI 스프린트를 따돌리고 중견
업체들과의 격차도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는 스핀오프 열풍이 불고 있다.
M&A(기업 인수 및 합병)가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라면 스핀오프는
비주력 기업을 떼어내 몸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언뜻 보면 스핀오프와 M&A가 서로 상반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는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스핀오프가 절정을 이루었다.
스핀오프를 발표한 기업만도 거대회사인 AT&T GM을 비롯 81개사에
이르렀다.
이는 주식 싯가기준으로 4백80억달러에 달하는 것이며 최고 기록을 보였던
94년보다 무려 76%나 증가한 것이다.
GM의 경우는 정보처리 자회사인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즈(EDS)를 분리
독립시켰다.
복합기업인 ITT는 호텔 및 위락부문과 보험서비스부문을, 사무용품및
화학제품메이커인 3M은 광디스크등의 정보화상 관련사업을 스핀오프할 계획
이다.
스핀오프는 통신 제약 음료 컴퓨터등 업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핀오프가 미국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 외에도
법인입장에서 법인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이점에서이다.
주주 역시 분사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소득에 대해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나 주주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 기업을 매수 합병하면서 다각화를 꾀했으나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도 스핀오프를 하게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스핀오프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기능도 적지 않다.
과거 여러사업이 복합적으로 운영될 때는 한 업종이 불황을 탄다 해도
다른 업종에서 자금이나 인력을 보완할 수 있었으나 스핀오프가 되고나면
이것이 수월치 않다는 것이다.
또 스핀오프가 이뤄지면 필연적으로 감원이 뒤따르게 돼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문제되기도 한다.
여러가지 파생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스핀오프가 글로벌화되는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