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창업을 하기 위해선 돈이 있거나 연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자금구하기가 어렵고 규제가 많다는 뜻이다.

S인쇄의 이모사장은 제조업체를 창업하면서도 공장등록증발급을 포기했다.

이 등록증이 있어야 중소기업진흥공단등에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신청하는데에만 무려 12개에 달하는 엄청난 서류량으로 인해 이를 포기하고
사채등을 빌어다 창업자금을 조달했다.

이 서류는 환경부 노동부등 각부처마다 뛰어다녀야 발급받을 수있는 것들
이다.

수도권에서만 이러한 공장들은 현재 무려 8천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같이 창업자들이 처음 부딪치는 실무적인 문제는 까다로운 회사설립절차
이다.

기업을 만들고 공장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각종 인.허가절차는 정부가 대폭
간소화했음에도 제조업으로 출발하는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이
27개나 된다.

따라서 서류작성에 대한 경비와 시간이 엄청들고 있다.

자금조달은 회사설립절차이상으로 창업자에게 문제가 되는 골칫거리이다.

창업자들이 기술력과 사업성을 가지고 있어도 돈을 구할 곳이 없다.

중소기업에 자본과 경영능력등을 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육성한뒤 투자자본을
회수하는 밴처캐피틀(창업투자)도 창업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무담보인데다 경영권에도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잇점으로 외국에선 기업
창업의 주춧돌이라 불리는 창업투자사는 10년동안 54개사가 등록했으며
이중 48개사가 현재 활동을 하고 있다.

투자조합도 89년 18개에서 현재 66개로 대폭 늘어났다.

투자건수는 86년 64건에서 95년말 현재 1천9백47건으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외형적으로는 10년동안 성장을 한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는 않다.

KDI가 최근 펴낸 "중소기업의 발전과 벤처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투자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6%.

시중은행의 7%에 못미친다.

93년말 현재 투자업체의 27.5%가 부실화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업일로부터 7년이내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행의 규제가 사실 창투사들의 발목을 묶고 있습니다. 투자의무비율도
현실적이지 못하죠. 이러한 각종 규제가 창업투자의 활성화에 지대한 제약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이부호 한국투자협회차장).

정부는 자본주의의 젓줄인 창업의 중요성을 인식, 지난달 지방중소기업
육성자금 약 1천억원을 창업기업에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창업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창업자에 대한 자금및 세제 공장설립등을 지원하며 창업보육센터중소기업
상담사등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창업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창업할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작 창업당사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사유로 인해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제정한지 만10년이 지났으나
창업분위기는 오히려 갈수록 식고 있다.

올해들어 1월까지 신설법인수는 1천2백69개사로 지난해 1월중 신설법인수
1천3백57개보다 88개사가 줄었다.

이에반해 중소기업 부도는 지난해 1만4천여개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
했는데도 불구, 올들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1월중의 중기부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백12.9%가 늘어난 6백
69개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부도의 여파도 창업의욕을 계속 가라앉게 하고 있다.

창업기업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전반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
한다.

부도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창업의욕이 식는
것은 나라경제의 심동맥이 식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창업을 살릴 수있는 길은 창업에 대한 제도및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위해 물론 규제위주의 제도나 정책을 지원위주로 바꾸어야 하며 금융
기관이 자금지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최근 국민은행이 실시키로한 기술담보대출제도, 산업은행이 중기지분에
참여하는 것과같은 적극적인 제도를 도입,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된다.

벤처캐피틀로 창업에 성공한 메디슨의 이민화사장은 "창업은 재능있고
야심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자금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창업할 수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