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4년 여름 중국 송나라때의 천문학자이자 궁중역관이었던 양계덕은
당시 수도인 개봉의 궁궐에서 황제앞에 엎드려 자랑스럽게 아뢰었다.

"폐하! 동남쪽 하늘에 객성이 출현한 것을 관측했나이다"

중국인들은 이 하늘의 손님이 점점 커져서 목성만큼이나 밝아지고 붉은
빛이 도는 흰 광채가 낮에도 눈으로 볼수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 별은 1056년 봄 소멸되어 버렸다.

당시 그러한 별을 일컬어 동양에서는 손님처럼 찾아 왔다가 사라지는
별이라해서 객성이라 했고 서양에서는 하늘에 새로운 별이 탄생했다고
해서 신성이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별의 임종이지 탄생은 아니었다.

중국인들이 그때 목격한 것은 초신성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별의 대폭발
이었다.

그 대폭발은 실은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 진화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지막
단계다.

초신성의 내부에서 수축작용이 일어나 그 중심부는 엄청난 고온과 고압이
된 나머지 대폭발을 하게된다.

대폭발은 중심핵부분만을 남기고 바깥부분을 가스로 만들어 우주공간에
분출시켜 버리고 만다.

그것은 결국 초고밀도의 핵부분만이 남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그것이 백색왜성의 전단계라는 추정을 하고있다.

백색왜성은 죽은 별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11세기 중엽에 목격한 추신성의 폭발잔해가 그 뒤로도
천문학자들에 의해 망원경으로 발견되었다.

19세기에 들어와 영국의 로스는 희게 빛나는 게모양의 거대한 구름의
가장자리에 빨간 깃털과 같은 것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의 잔해를
관측하고 그것을 게성운이라고 이름지었다.

이것 또한 백생왜색이 되어가는 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뒤로도 1572년에 금성 이상의 밝기를 가진 초신성, 1604년에 목성과
맞먹는 밝기를 가진 초신성이 육안으로 관측되었다.

망원경이 만들어진 이후 관측능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근래에 들어와서는
외부운하게에서 많은 초신성들이 발견되어 60개를 넘어섰다.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최근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18개의 초신성을 찾아냈다고 한다.

지구로부터 40억~70억광년(1광년 9.6조km)의 거리에 있는 것이니
4,000광년의 게성운은 비할바가 못된다.

인류가 수축 ->팽창(폭발) ->수축이라는 우주생성소멸의 신비를 밝혀
내든게 한걸음 더 나가 설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