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여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의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그가 "경영혁신"을 통해 포드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일궈놓겠다고 선포한 공약이 공약으로 끝날 위기에 놓였다.
포드는 최근들어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이익을 거의 내지
못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이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포드에서 등을 돌려 경쟁사 GM이나 크라이슬러로 옮겨
가는 바람에 최근들어 주가마저 폭락했다.
포드가 난관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는 차량판매부진이다.
미자동차업계는 지난 2년간 연간 1,500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기대치에
크게 못미쳤다.
소득이 옛날 그대로인 미중산층과 경기후퇴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소비자들이 새 차를 구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로트만회장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자사 차종중 가장 잘 팔리는 세단형
승용차 "토러스"와 픽업트럭 "F시리즈"등의 최신버전을 개발, 대대적 판매
확충에 나섰다.
토러스나 F시리즈는 포드사의 판매량중 3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상황이 즉각 호전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트로트만회장이 주창해온 초일류를 향한 장기전략 "포드2000" 계획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그가 적극 주창해온 "품질고급화" 전략으로 차량의 품질향상을 독려
하는데는 성공했으나 비용절감에는 실패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토러스 최신형의 경우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이 높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
새 모델은 동급의 다른 차종에 비해 첨단설비를 갖췄지만 개발비용으로
소요된 30억달러가 소비자가격에 전가됐다.
가격을 다소낮춰 대당 600달러씩 할인 판매하고있지만 성과도 없고 마진율
만 줄었다.
토러스에 앞서 포드가 시판한 "컨투어"에는 개발비로 무려 60억달러가
투입됐다.
경쟁사들이 신제품 개발비용을 줄이고 기간마저 단축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전략이었다.
포드의 한 임원은 "경쟁사들이 우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제품을 개발
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개발비용 과다는 자재구입비가 총 제작비의 절반이나 차지함으로써 발생
한다는 것이 포드의 자체분석이다.
이에 따라 트로트만회장은 오는 2000년 차량제작비를 95년수준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재료 및 부품공급업체 2,300개사를 800개사로 줄일 생각
이다.
일본업체들이 거래선을 축소하여 납품업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 스스로
원가절감노력을 하도록 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는데서 타산지석을 삼자는
뜻이다.
그러나 포드사의 올해 자재구입비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로트만회장의 구상이 또다시 어긋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드는 금년 하반기로 들어서면 영업전망이 다소 개선되고 비용절감 효과도
차츰 나타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포드의 주가는 최근 주당
3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