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사업이 중견그룹들의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장의 국제전화 사업권 티켓에 도전장을 낸 기업들이 대부분
11~30대그룹에 들어있다.

동아 한라 고합 해태 등이 그들이다.

일진과 아세아 등도 30대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탄탄한 중견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10대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롯데만이 포함됐을뿐이다.

중견 그룹들이 이번 신규통신사업 선정에서 국제전화쪽으로 몰리는
이유는 이사업이 "숨은 진주"로 평가되기 때문.

화려한 PCS(개인휴대통신)에 가려 있지만 짭짤한 수익을 낼수있는
사업이란 것이다.

초기투자가 적게 든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데이콤이 지난91년 국제전화를 새로 시작할때 약250억원정도를 투입했다.

지금은 300억~400억원정도면 충분하다는 추정이다.

시장규모도 결코 적지않다.

98년 국제전화시장규모가 1조4,000억원쯤으로 예상돼 신규사업자는
10%인 1,400억원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2000년에는 1,700억원을 넘어선다.

요금정책을 잘 구사하면 시장점유율을 10%선 이상으로 높일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콤의 경우 한국통신보다 5% 낮게 정했지만 사업첫해 점유율이
10%를 넘었다.

요금격차가 1%로 사실상 차이가 없는 현재도 25%선을 유지하고있다.

신규사업자는 요금격차를 10%이상으로 넓혀 "저렴한 요금을 선호하는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의외의 결과도 나올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영역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는 요인.

국제전화를 기반으로한 각종 부가통신서비스는 물론 시외전화등에도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잘하면 시내전화까지 넘볼수 있을 것이다.

국제전화시장 진출에 가장 일찍부터 적극적인 의사를 내보인 곳은
일진.

일진은 지난해말부터 진로를 분명히 하고"우수한 기술력을 무기로
조기에 사업을 정착시킬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일진은 유선통신의 핵심요소인 전송장치 과금시스템 운용보전시스템
등은 물론 지능망의 하나인 가상사설망까지 개발했다며 "자체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유정영통신사업기획단장)라고 자랑한다.

올해들어 명함을 내민 기업중에서는 롯데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4위의 통신회사인 미국 GTE와 기술제휴계약을 맺었으며 3월중으로
전담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라그룹은 무궁화1, 2호 부품제작 참여, 동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전화망확충공사, 고합은 10여년간 미국의 연구개발전문회사인 INC사를
통한 기술개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제전화는 일반화된 서비스여서 당락은 결국 통신망구성에서 드러나고
이때문에 방대한 통신망을 보유한 한전을 끌어들이는 기업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단시간에 전국을 커버하는 통신망을 확보하는데는 한전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다.

기술력을 앞세우고 한전의 지원을 얻기위한 참여 준비기업들의
물밑작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