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나빠져서 세계 반도체 업계가 공멸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패자의 논리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승자다. 승자가 패자의 논리를 따라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삼성전자 김광호부회장)

반도체 경기 논쟁을 바라보는 국내업계의 시각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업계는 미SIA가 스스로 밝혔듯이 지난 1월 BB율이 1.0이하로 떨어진
것은 일시적 현상일뿐 구조적인 경기반전은 아니라며 일축하고 있다.

설령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반전해 경영환경이 변화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그 자신감은 세계 산업의 주도권을 가진데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반도체 업체로는 처음으로 주력제품을 4메가D램
에서 16메가D램으로 전환했다.

현대전자도 이달말이면 16메가D램이 4메가D램 생산량을 웃돈다.

LG반도체도 상반기중 세대교체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같은 주력제품 교체는 세계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시말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스스로 창출하겠다는
뜻이다.

경기가 나빠진다 해도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감으로써 이익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

국내업체의 이같은 전략은 "한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는게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국내업체는 이미 가동중인 설비의 감가상각을 끝낸 상태다.

파는대로 이익이 남는다.

따라서 경기 비관론이 우세해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는다.

비관론에 따라 일본업체들이 투자를 늦출 경우 세계 시장에서 영토를
더 넓힐 수 있다는 것.

대만업체의 신규참여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는 생산기술이 핵심이다. 설비는 돈만 들이면 만들 수
있지만 생산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삼성전자 이윤우사장)는 주장이다.

대만은 기술력으로 볼때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