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10월 국내 유명대학인 Y대 L교수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컴퓨터칩 제조업체인 디지털이퀴프먼트사 주식 840주를 주당 29달러에
사들였다.

그해 7월부터 개인및 일반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허용되면서 해외증시에
직접투자, 수익을 올릴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다.

L교수의 예측은 적중했다.

지난 10일 그는 디지털이퀴프먼트사 주식을 주당 54달러75센트에 전부
팔아치웠다.

1년2개월만에 88.79%의 수익률을 올린 것.

L교수의 성공사례를 두고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이제 국내투자자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와 같이 국내주가가 계속 빠지면 해외시장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동남아시장의 확대와 미국 유럽등의 증시 활황으로 해외투자에 나서는
것도 포트폴리오의 입장에서 고려해 볼만한 투자전략" (김용진 LG증권
해외투자팀장) 이라는 것.

실제로 국내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의 해외증시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개인과 일반법인등 일반투자자의 해외투자는 70건 31억198만원
으로 집계됐다.

이는 94년(48건 2,665만원)에 비해 금액기준으로 115.4% 증가한 수치이다.

증권사 투신사 보험사등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도 지난해 9월까지
1조1,430억원(14억5,400만달러)에 달해 94년 한해 7,215억4,800만원
(9억1,8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우리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벗어나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늘어나지만 수익성이 아직은 높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해외증시에 대한 사전지식이 풍부하지 않은데다 각종 과학기법을 동원해
투자종목과 매수.도 시기를 선택하는 현지 투자자들에 맞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지역에서 시차때문에 적절한 때에 사고 파는 주문을 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증권사 보험사 투신사등 기관투자가들은 그래서 시차가 작은 동남아시장에
집중하거나 종목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 한국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적으나마 회사자금을 동원해 선진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성자체보다는 선진기법의 습득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해외투자금액을 "수업료"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투신사 보험사 은행등은 또 주식보다 위험성이 적은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자본시장도 개방하면 필연적
으로 해외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자본시장개방으로 한국금리가 떨어지고 해외자금의 유입도 늘면 3~5년내에
수익률도 떨어지고 국내 투자고객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될것이 명약관화
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자연스레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해외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각 지역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선진
투자기법, 거미줄같은 거래선등을 갖춘 지역전문가의 육성이 급선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일반투자자도 해외증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통화관리를 목적으로 해외투자시기를 규제하는 정책당국의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일본은 갑작스레 자본시장이 개방돼 해외투자에 나섰다가 엔고등의 이유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5년뒤면 한국자본시장도 국제화 될것이 뻔한데 강건너 불구경 할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홍갑수 삼성생명 국제사업담당이사)라는 경고를 유념해야
할 때이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