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총수가 기소돼 29일 3차 공판을 받은
대기업 그룹들은 이날이 검찰의 총수들에 "실형"을 구형하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면서도 선고과정에서의 "선처"를 기대하는 분위기.

특히 오는 31일 이뤄질 30대 재벌그룹 총수들의 청와대 만찬이후 정부와
재계간 "협력"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큰만큼 향후 재판 진행을 낙만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 그룹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공방을 벌이지 않고 공판을 일찍
끝낸다는 방침아래 당초 신청했던 증인 가운데 일부를 취소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현명관 비서실장과 김승진 이보환 두 변호인이 주말인
28일에도 한남동 이건희 회장 자택을 방문해 공판에 대한 준비작업을
벌인데 이어 공판 당일인 29일 오전에 또다시 한남동 자택에 모여 이회장을
법정까지 수행.

그룹 관계자들은 검찰의 구형결과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총수가 조속히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지길 희망.

김우중 회장과 이경훈 전비서실회장이 동시에 재판을 받은 대우그룹은
이날 오전 박용근 그룹 비서실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소집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그룹측은 청와대가 오는 31일 30대 재벌총수 초청 간담회를 갖는 등
최근의 재계에 대한 유화분위기가 앞으로의 재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동아그룹은 최원석 회장에 대해 검찰측이 실형을 구형하자 어는정도
예상 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무척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

그룹 관계자는 구형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제는 재판부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대할 수 밖에 없지 않는냐고 말했다.

동아는 이같이 다소 침울해진 분위기의 일신을 겨냥, 오는 2월 1일의
"재창업 원년 다짐대회"를 성대하게 열기로 했다.

최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뒤 그동안 미뤄왔던 해외사업 추진을 위해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은 평상시와 같이 29일 오전 7시 40분께 여의도
그룹 본사로 출근해 주요임원들과 잠시 만난 후 수행비서 1명을 대동하고
공판장으로 출발.

대림관계자는 "최종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며
"일부에서 처럼 우리는 증인신청이나 법정변론을 위한 특별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았으며 특별한 정보도 없어 그저 공판을 담담하게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한남동 자택에서 바로 법원으로 향했으며 이재희
동부고속사장 나영헌 홍보실장, 김동성 전비서실장과 한경국 변호사가
수행, 공판에 참석.

동부그룹은 31일 재계총수들의 청와대 만찬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29일
공판에서의 구형량은 별로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전망.

<>.정태우 한보그룹 총회장은 1.2차 공판때화 마찬가지로 서울대병원에서
29일 오전 9시를 조금넘겨 주치의와 함께 법원으로 출발했으며 가족중에는
4남인 정한근비서실장이 방청.

재판 회부된 재벌총수 가운데 정회장만 유일하게 구속된 점 때문에
그룹주변에서는 정회장의 최종선고 형량이 무거울수도 있다는 우려와
법원측이 정회장의 건강상태와 다른 재벌총수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형량을 낮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흘러 나오기도.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