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 행사에 초청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주식보다 암호화폐를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선 자금 보답 차원에서 언급한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견제 수단으로 암호화폐의 중요성을 꼽았다.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고관세를 통한 중국 견제를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중국의 대응 방식을 보면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lex talionis) 식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맞춰 ‘가격은 가격 조치’로, ‘물량은 물량 조치’로 맞대응하고 있다.공식 출범 전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먼저 부과하려는 고관세는 전형적인 가격 할증 정책이다. 하지만 중국이 근린궁핍화 가격 할인 정책인 위안화 약세로 대응하면 고관세 피해액이 고스란히 미국에 전가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1% 이상 절하해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부담을 70% 이상 상쇄했다.중국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국채를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해왔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 한편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미국 금융위기 수준에 준하는 양적완화(QE)를 추진하기로 확정한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 이후 20차례가 넘는 금융완화 조치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번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불행이다. 국회는 그제 본회의를 열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1주일 전 불참 당론으로 표결을 불성립시킨 국민의힘 의원들이 속속 탄핵 찬성 대열에 합류하면서 가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200석)를 넘겼다.이번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민주화 단초를 마련한 게 언제인데 21세기 20년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잇따라 일어났는지 참담할 뿐이다. 지난 두 차례 탄핵으로 국론 분열과 진영 대결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터에 정치 양극화가 더 극단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이번 사태의 책임은 윤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져야 함은 물론이다. 잇따른 탄핵과 입법 폭주, 감액예산안 일방 처리 등 거대 의석을 뒷배경으로 한 야당의 폭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으로 해법을 찾았어야 했음에도 극단적인 계엄령 선포로 우리 정치 수준을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려버렸다. 윤 대통령은 가결 직후 “결코 포기 않겠다”며 “마지막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에 성실하게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윤 대통령의 책임과는 별개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피땀 흘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이뤘으나 정치는 여전히 4류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을 지켜보는 것은 여간 갑갑한 일이 아니다. 외골수 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 간 끝없는 충돌, 극단화한 진영 정치로 인한 제로섬 대결
탄핵 정국에서 국정 안정의 컨트롤타워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맡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서 그동안 부처 간 의견을 잘 조율하고 의료개혁을 포함한 주요 현안을 꼼꼼하게 챙겨온 만큼 그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평가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 탄핵 당일인 14일 밤 임시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데 이어 다음날 오전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등 시급한 일정부터 소화했다.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 전부를 이양받았기에 막중한 권한과 함께 책임도 동시에 짊어진다. 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판가름 나지 않은 시기인 만큼 선량한 관리자로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국정 기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 조기 대통령 선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선 후보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야당의 역대급 탄핵소추에 따른 안보·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속히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또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는 양곡관리법과 기업 기밀까지 제출하게 한 국회 증언·감정법 등 국회를 통과한 반시장·반기업 법안에 과거 전례대로 거부권 행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같은 경제 법안이 입법될 수 있도록 야당 설득에도 적극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