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전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 다국적 기업의 임원 명함에 인터넷 주소가 들어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그때만해도 인터넷이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한 용어도 아니었고, 따라서
명함에서 인터넷 주소를 본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어쩌면 올한해 지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될것 같다.

그러한 조짐을 느끼는 것은 새해가 시작된지 불과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인터넷에 관한 새로운 화제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연초 말레이시아 총리의 새해 국정연설이 처음으로 인터넷에 생중계
되어 정보화사회를 향한 지도자의 의지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 동부에선 70년만의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고 모든 직장이 문을
닫았으나 직장인들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처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재택근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인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있는 것은 아마도 세계
5천만 인터넷 마니아들의 잔치라 할수 있는 "인터넷 정보 엑스포"의 개막
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60여개국 이상이 참가하여 가상공간에서 펼치는
다채로운 행사와 볼거리를 자기 집에 앉아 PC를 통해 볼수 있다는 것은
분명 정보화사회에서만 누릴수 있는 축복일 것이다.

이제 1년간 계속될 "정보 엑스포"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터넷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더욱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는 빠른자와 늦은자로 구분되며 빠른자 빠른사회 빠른국가는
성장을 지속하고 늦은자 늦은사회는 뒤처질수밖에 없다"는 토플러박사의
견해는 더이상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만해도 이미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30여만명, PC통신
가입자는 1백여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어 인터넷과 연결된 사람들을 네티즌
(NETIZEN)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시티즌(CITIZEN)으로 구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해도 우리는 컴맹없는 은행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네티즌이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할
것이다.

모두가 정보의 바다를 마음대로 헤쳐 나갈수 있는 능력을 갖출때 진정한
의미의 빠르고 앞선 은행이 되어 속도의 경쟁시대를 살아갈수 있기 때문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