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지원 원년의 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연일 숨가쁘게
중소기업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초 중소기업 지원 9대시책이 나온데다 올해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
의 업무계획은 중소기업지원책 일색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청도 곧 설립될 예정이고 17일에는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주재하는 중소기업대책회의도 열렸다.

최근 나온 중소기업지원대책에선 종래와 같은 단순한 자금지원의 범주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부총리가 주재하고 5개부처 장관,
한국은행총재가 참여하는 중소기업대책회의를 설치한 것이나 중소기업청이
신설되는 것은 모두 이같은 맥락에서 바람직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지원책은 별로 알맹이가
없는 "선심성"대책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천억원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상업어음 할인전담재원을 추가로 조성했으나
이것이 제대로 집행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조성했던 1조2천6백억원의 상업어음할인
전담자금의 지난해말까지 집행실적은 7천1백67억원으로 소진율이 57.3%에
불과하다.

조성된 자금의 절반가량만 중소기업에게 지원된 셈이다.

이처럼 소진율이 저조한 것은 전담재원은 조성됐지만 신용이 약하거나
담보가 없는 영세기업에게는 여전히 이 자금이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중소기업중에서도 어느정도 신용도가 있고 담보력이 있는 중소기업만 지원
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말 영세중소기업의 상업어음할인 수탁보증한도를 업체당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확대하기는 했지만 이것 역시 자금난에 목이
타는 영세업체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소 적은 돈이 지원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끌어쓸수
있도록 대출조건이 추가로 완화되지 않는 이상 "선심성"이라는 비난은
여전히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통상산업부가 마련한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교육 실시도 그렇다.

당장 하루하루 자금막기에 급급한 중소기업인들에게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것은 너무 안이한 "대책"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신설될 중소기업청 역시 업무영역이나 조직등을 둘러싸고 아직도
논란 거리가 남아 있어 제때 설치될지, 설치된후 효과적인 정책을 펼칠지도
의문이다.

또 정부가 중기대책기구를 2년간만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한것도 장기비전이
없는 임기응변식 발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봇물을 이루는 중기대책에 냉당할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인들을
의식, 백화점식 지원보다는 한가지 지원책이라도 중소기업의 피부에 와닫게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게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
이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