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볼리바르공항은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라카스로 갈때 이용하게
되는 국제공항이다.

도착자출구를 나서면 우루루 짐꾼들이 달려든다.

손님의 의사에 아랑곳없이 짐을 빼앗다시피 옮기고서는 팁을 요구한다.

공항에서 카라카스로 가다보면 산비탈에 게딱지처럼 빼곡히 들어선
빈민촌들이 손님을 맞는다.

카라카스시내주변의 산자락 곳곳마다 넓게 퍼져있는 "란초"(빈민촌)는
밤이나 새벽에 보면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아름답다.

밤새도록 불을 켜둔다.

전기요금은 국가가 대준다.

카라카스시내는 거대한 폐차장을 방불케한다.

캐딜락 링컨컨티넨탈 등등 어떤것은 이름조차 알수없는 덩치큰 차들이
시내를 질주하는데 우리네같아서는 20년전쯤에 폐차했을 만한 차들이
옆구리와 앞, 뒤가 형편없이 찌그러든채로 굴러다닌다.

호텔정문에는 총을 든 경비인이 사주를 경계하고 있다.

카라카스시내에서만 일주일에 20~30명은 총맞아 죽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을 빼놓고는 확인된 석유부존량이 가장 많은 나라, 미스월드가
가장 많이 배출된 나라,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다.

지난70년대에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5천~6천달러까지 올라갔던
이 나라는 현재 부도직전에 몰려 IMF(국제통화기금)와 차관을 흥정하고
있다.

지난해 로잔느국제연구소와 세계경제포럼이 공동발표한 국제경쟁력
비교에서 베네수엘라는 조사대상국 48개국 중 47위를 차지했으며 가장
부패한 나라중 하나로 꼽혔다.

92년 두차례에 걸친 군부쿠데타, 93년 페레스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불안이 신정부출범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정치불안으로 민간투자가 줄고 있고 재정적자가 누적돼 정부와 국영기업의
투자지출도 줄어드는 등 정치불안이 경기할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92년하반기부터 이어져온 경기침체가 몇년간 이어지고 있고 50~70%에
달하는 높은 인플레와 구매력감소, 이에따른 소비위축과 생산위축으로
실업자가 늘고 있다.

칼데라대통령의 신정부는 94년4월 세제개혁 균형재정유지를 위한
세수확대긴축재정실시 민영화확대 지역경제통합동참 시장기능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경제계획을 발표하고 부정부패추방 등을 천명했다.

이로써 그동안 만연했던 부정부패,행정부재현상 등은 점차 시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여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신정부의 긴축정책과 이나라 제2의 은행인 방코 라티노의 파산
등으로 인한 국제적 신용실추로 국제기구나 국제민간은행단에서 차관도입
하기도 어려워져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는 평가절하 외환통제철폐 물가통제철폐 국내유가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칼데라정권의 경제정책과는 상치되는 것이다.

신정부는 당초 자유시장경제체제에 입각한 수입자유화 환율자유화
국영기업 민영화와 민간투자활성화 등을 표방했으나 최근 경제불안과
금융시장의 혼란 등으로 수입억제 재정수입증대 물가안정 등으로
목표를 바꿨다.

이에따라 물가통제 외환통제 노동자권익보호 개인재산권보호철회
정부필요에 의한 재산압류 등 통제경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물가고때문에 쌓이는 서민층의 불만, 공직자의 만연된 부정부패와
근무기강해이, 신정부에 대한 기대소멸 등으로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폭동설도 심심찮게 나오는 형편이라 현정부의 경제활성화는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현정부의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실시로 외국인투자가 중단되고
기왕에 투자했던 기업들도 철수하는 상황인데다 자국내기업들의 투자도
저조해서 경기회복과 고용증대 경제성장은 국제유가동향 등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94년에 3.3%,93년에 1%의 마이너스성장을 각각 기록했던 베네수엘라는
95년에 직전2년간의 위축에서 벗어나 2.2%가 성장했다고 기획원장관은
지난12월 발표했다.

그는 모처럼의 이같은 성장은 오일부문이 6%성장한데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뛴데다 석유생산을 늘렸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요즘들어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생산쿼터를 잘안지키는
나라로도 알려져있다.

GDP가 성장했지만 인플레율은 60%에 달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확대로 인플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실업률은 10.7%, 즉 90만명이 일자리를 얻지못하고 있다고 기획원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질실업률은 20%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는 형편이다
(베네수엘라노동총연맹).

정부는 고용증대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정악화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실업자가 늘면서 도난사고 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신정부출범이후인 94년상반기 18개은행이 파산하거나 정부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경제가 마비되자 약60억달러가 해외로 도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면서 베네수엘라정부는 단일고정환율제(달러당
1백70볼리바르)를 도입하고 외환통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최근 외환통제의 역기능으로 해외투자가의 자본금회수, 외환의
해외도피, 외환배정과 관련된 부정 등으로 외환수요가 오히려 늘고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베네수엘라정부는 공식환율을 달러당 1백70볼리바르, 여행자환율은
달러당 3백20볼리바르안팎에서 적용하던 것을 지난해12월12일 달러당
2백90볼리바르로 볼리바르화를 평가절하하면서 환율체계를 단일화했다.

이같은 조치는 고정환율제실시이후 불리바르화가 25~30% 고평가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외환위기에따른 외화가수요가 발생, 브래디본드
(외화표기국채)가 달러당 3백볼리바르선에서 거래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이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환통제는 상당기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국제유가상승, 볼리바르화 평가절하에 따른 비전통상품의
수출증가, 안데안 역내국간 교역증가, 국제알루미늄가격상승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입억제정책과 이로인한 투자감소 등으로 수입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역외수지지출이 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금리인상이
예상돼 외채원리금상환부담이 늘어 경상수지적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가 이러한 어려운 고비를 딛고 도약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