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에 대한 2차공판이 진행된 15일 서울에는 차가운 겨울비가 계속
내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서울지방법원은 1차공판때와 달리 사진.카메라촬영을 엄격히 제한,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 대한 2차공판일인 15일 노씨는 지난달
18일 열렸던 1차공판때와 마찬가지로 경기5더 1062호송버스를 타고
경찰차와 계호차량및 취재차량에 둘러싸인채 이날 오전9시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출발.

"긴급호송"이란 표지를 앞유리창에 붙인 호송버스는 인덕원사거리를 거쳐
과천-남태령-사당동을 지나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예술의 전당앞을 거쳐
9시27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 도착.

호송버스는 촘촘한 철망과 커튼으로 유리창이 가려져 있어 내부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구치소측은 "노씨의 신분을 감안, 1차공판때처럼 다른 미결수들은 태우지
않고 10여명의 교도관들만 동승시켰다"고 설명.

<>.노씨는 이날도 평소와 같이 오전6시 30분에 일어나 세면을 마친뒤
오전7시50분께 북어 계란국 배추김치 등이 반찬으로 나온 아침식사를 모두
비우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공판을 준비했다고
구치소측은 전언.

노씨는 공판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하루세끼 식사를 모두 비운고 독서와
휴식을 취한후 비교적 이른시간인 오후10시10분께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한것으로 알려졌다.

<>.노씨 공판이 열린 이날 오전 서울지법주변에는 1차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병력 6개중대 7백20여명이 법원 정.후문과 동문에
배치,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체크하는등 삼엄한 검색.

경찰은 전투경찰병력 4개중대를 동원해 법원외곽에 배치하는 한편
사복경찰 2개중대를 2인1개조로 법원내 곳곳에 배치하는등 기습시위나
테러 등을 방지하기위해 신경을 곤두.

<>.이날 오전 법원정문 주변에는 전날부터 노씨 2차공판 방청권을 얻기
위해 몰려든 일반인 50여명과 방송중계차량및 언론사 취재차량 10여대로
북새통을 이뤘으나 지난1차공판때에 비해 다소 한산한 모습.

그러나 오전8시를 넘기면서 순수하게 방청을 희망하는 일반시민들도 속속
몰려 정문앞은 1백여명이 넘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편 AP, AFP, 로이터 등 세계유수 통신사를 비롯, 미국의 CNN, 일본의
NHK 등 외국방송사 취재진들도 노씨 2차공판을 위해 오전7시부터 속속
도착, 취재준비에 분주.

<>.고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54)가 민주와실천유족협의회 소속회원
50여명과 함께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서울서초동 법원 청사후문에서 노씨
비자금사건에 대한 엄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시위.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소속 회원 30여명도 이날 오전9시께 법원정문
앞에서 노씨 부정부패사건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40여분간
시위.

이날 시위에는 검사시절 슬롯머신 사건을 담당해 이름을 날렸던 홍준표
변화사와 이문옥 전감사관등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지법 앞에는 재판 방청권을 돈을 받고 팔려는 암표상들이
나타나 눈길.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암표상 3-4명은 전날인 14일 오후부터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다 이날 오전 방청권을 배부받자 방청권 1장에 20만원을
요구하며 호객.

일부 암표상들은 그러나 재판 개정시간인 오전10시가 가까와도 방청권이
안팔리자 5만원까지 가격을 낮췄으나 끝내 표를 팔지 못한채 헛수고하기도.

<>.노씨의 2차공판이 열린 이날 서울 연희동 자택은 부인 김옥숙씨만이
집을 지켰을뿐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한 모습.

박영훈 비서관은 평소처럼 일찍 출근, 김씨에게 이번 공판의 내용 등을
간략히 설명한뒤 오전 7시30분께 서울서초동 법원으로 출발했으며 아들
재헌씨는 연희동을 들르지 않은채 직접 법정으로 향했다.

비서실측은 "법원에서 가족들에게 방청권 3장을 배부했으나 첫재판때와
마찬가지로 아들 재헌씨만 참석할 것"이라면서 "부인 김씨는 물론 간간이
들르는 가족들도 안채 밖으로 일체 나오지 않아 그동안 얼굴한번 못봤다"며
침통한 분위기를 전달.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