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 회사의 "수익률 보장각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고객들의 무더기소송사태로 발전하면서 투신사영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조심스레 회복세를 타고 있는 증시에도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서울소재 3개사 지방소재 5개사등 8개 투신사의 수탁고는
무려 50조원에 이르고 고객 계좌수만도 5백30만계좌에 달한다.

투자신탁사들이 없다면 회사채시장은 작동이 정지하고 주식시장도 바닥없는
붕괴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증권시장에서의 거인이요 공룡인 투신사들이 지금 보장수익률 파문으로
일대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13~15%선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장하고 끌어들인 자금이 법인고객만도
6천억원에 이르고 개인까지 합하면 1조원은 족히 넘어선다는 주장이어서
파문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은행 신용금고등 금융기관은 물론 서울대등 학교법인, KIST등 국가
기관이 모두 이번 사태의 "희생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들어 투신사들에서 빠져나간 돈은 줄잡아 3천억원선.

만일 수익률보장 파문으로 자금인출이 러시를 이룬다면 사태는 걷잡을수
없이 확대 발전될 것이 뻔하다.

이 경우에는 채권시장 주식시장 양쪽 모두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게 된다.

투자신탁사들이 왜 이지경까지 왔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다
직접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투자신탁사에 대해서는 정부를 제외하면 아무런 사회적 감시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감독원같은 전문 감독기관의 감시나 외국처럼 증권시장을 통한 감시도
전무했다.

외국의 경우는 고객별로 자산 운용 현황을 증시에 보고하고 자산 내역을
상세하게 공시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정부의 느슨한 관할만이
있었을 뿐 외부감독은 전무했다.

정부가 투자신탁을 보는 시각 역시 증권 시장 관리인 정도에 그쳤을 뿐
국민들의 거대한 자산을 떠맡고 있다는 생각은 당초부터 관심밖이었다.

정부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다보니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반대급부로는
비호를 받아왔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이다.

지난 89년 투자신탁사들에 2조7천억원이 지원됐던 12.12증시부양책은
이같은 과정을 지금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후 투자신탁사들은 6조원의 부실자산을 떠안은 외에도 지금까지 매년
1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무리한 영업이 초래될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자산의 운용에 있어서조차 투신사들은 재경원의 아마추어 공무원들
로부터 적절치 못한 간섭을 받아 왔다.

"관치 주가"라는 말의 뒤엔 다름아닌 투자신탁사들이 있어 왔다.

결과적으로 각종의 불법적인 관행이 투신사 영업과 자산운용의 골격을
형성해 왔다.

문제는 어떻게 이문제를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느냐는데 있다.

더구나 오는 5월부터는 증권산업 개편에 따라 많은 투신사들이 새로 문을
열게 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증권 투자신탁업법을 개정했지만 구태의연한 관리 체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투자신탁에 대한 감독을 증감원등 전문기관에 일임하고 정부의 투자신탁
관리를 떨어내야만 투신사들이 바로 설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신사들 스스로도 전문 투자가로서의 자세를 가다듬고 외형 위주의 영업
관행을 과감히 벗어버려야 하는 것은 두말할 이유도 없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