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에 의하면 홀의 직경은 4.25인치이고, 그 깊이는 4.0인치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홀의 크기에 대해서는 예부터 시비가 있어 왔다.

특히 골프룰에 의한 홀의 직경 4.25인치는 너무 작기 때문에 이것을
그 두배에 해당하는 8인치로 하자는 홀확대론은 매우 오랫동안 찬반
양론의 시비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런 재미난 제안은 오늘날의 골프계 사정으로 보면 한 토막의 코미디
로서 이미 흘러가버린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제안의 본질이, 무엇보다도 골프경기가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어 자주 골퍼들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때로는 과도한 자기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온것이다.

또 이같은 복잡성에서든 골퍼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고뇌를
솔직하고 숨김없이 털어 놓고 있는 점에서 한번은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홀확대론의 대표적인 제창자는,의외로 세계 4대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여 골프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지나침이 없는
진.사라센이었다.

그는 홀확대론을 제창하는 서두에 이렇게 쓰고 있다.

"보라. 능숙한 플레이어는 2타만에 온그린한 뒤 2퍼트로 파를 기록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들이 종종 이것을 원퍼트로 홀아웃한다면, 골프는
플레이어 자신에게는 물론이요,갤러리들에게도 훨씬 더 흥미를 주게
될 것이다.

직경 4.25인치를 8인치로 하면 그 차가 되는 3.75인치가 결과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것인가.

그 효과는 우선 일류플레이어들이 만끽할수 있을 것이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일류플레이어와 애버리지플레이어가 함께 라운드를 한다면 상식적으로
볼때 후자는 판으로부터 20내지 25피트의 지점에 온그린하고 전자는
그보다는 가까운 12내지 15피트의 지점에 온그린하는 것으로 봄에 볼반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홀의 직경이 4.25인치인 경우에는 양쪽 모두
2퍼트를 하게 된다.

홀컵으로부터 20피트지점에 온그린시키는 골퍼와 12피트지점에서
온그림시키는 골퍼사이에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홀을 확대한다면 볼을 홀컵으로부터 가까이 붙인 일류플레이어가
원퍼트로 홀아웃한 가능성이 훨씬 많다".

결국 이러한 진.사라센의 견해는 골프의 우열의 차는 제2타에 있다는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이와같은 제안은 여러가지 이유로 일축되었음은 물론 그 제안을
했던 진.사라센은 당시의 골프관계자들로부터 "A little man with big
idea"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 진.사라센의 반대자들은 왜 홀컵의 크기를
더 작게 만들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