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이때 은행 투금등 타금융권에서 우수한 인력이 보험권으로 대거 옮겨왔다.
한동안 잠자코 맡은 일을 해오던 "비보험"출신인 이들 계층은 보험영업
패턴을 은행처럼 창구중심으로 바꿀 것을 제의한 적이 있다.
기존생보사처럼 설계사를 중심으로 영업패턴을 운영하기 위해선 비용도
많이 들고 사람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또 적자경영의 주원인이라는 것이 이같은 영업패턴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꿰뚫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의견제시 단계에서 좌절되고 말았다.
순수보험출신 경영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시험가동도 못한채.
고객이 낸 보험료의 일부를 사업비(보험전문용어로 부가보험료라고도
한다)로 사용해 손님을 "기다리는" 영업이 아니라 찾아다닐 수 있는 보험의
장점을 스스로 저버릴 수는 없다는 게 반대의 이유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보험상품의 특성상 고객이 제발로 걸어와
보험에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문게 사실이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설계사조직을 구성해 가가호호 가정과 직장을 찾아
다니면서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고 반강제적인 영업을 하는 세일즈기법을
개발해 낸 것이다.
설계사를 앞세운 보험사의 저인망식 영업은 치열한 시장경쟁을 헤쳐나가는
방식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최근들어선 타업종에서도 서서히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미 주택은행등 은행권과 삼성 장은신용카드등 신용카드업계등 금융쪽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아파트 판촉을 위해 보험설계사와 유사한 방문판매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오히려 기존영업조직의 보완수단으로 "직접판매"방식이
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 영업전략을 바꿔 나가고 있다.
국민생명이 전화를 이용한 텔레마케팅에 적극 나서거나 삼성생명이 기업
이나 공장등에 직접 점포를 설치하는 "인하우스"제도 같은 신종 영업창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동아생명도 백화점에 별도의 보험상담코너를 만들어 상품을 소개하고
보험가입업무를 펼치고 있다.
설계사나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보험사가 직접 고객과 접촉, 영업을 하는
이른바 "직접판매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보험의 직접판매 방식은 1872년 미국의 카탈로그판매에서 비롯됐다.
인건비가 오르고 컴퓨터 정보기술의 발전 신용카드 보급등 영업환경의
변화가 이를 확산시키는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보험사는 물론 대리점에서도 이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새로운 유통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직접판매에는 몇가지 제약이 있다.
상품내용및 가입절차가 간편하고 역선택이 발생한 소지가 가급적 적어야
하는등 취급상품에 한계가 있다.
직접판매는 영업비용이 절감되고 특정시장에 대한 집중공략이 가능한
영업수단이란 장점이 있는 반면 시스템및 데이타베이스 구축등 적지않은
고정비용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특히 설계사등 기존의 판매조직과 갈등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