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평화란 영원한 꿈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통상 한 회사의 셰어가 80%를 넘으면 "평화"가 유지된다고
한다.

이정도의 사실상 "독점"상태에선 하위사가 상위사를 공격할 엄두를 못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점이 아닌 경우에도 마케팅의 평화는 가끔 찾아올 때가 있다.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을 때 그렇다.

남의 시장을 침탈하는 것보다 "파이"를 키우는게 더 효율적이어서다.

에어컨시장이 대표적인 예.

작년 상반기 국내 에어컨 판매대수는 모두 56만9천76대를 기록했다.

LG전자(39.3%)와 삼성전자(36.5%)가 2강을 형성하고 만도기계(9.7%)
대우캐리어(8.3%) 경원세기(3.2%) 범양냉방(1.5%) 두원냉기(1.1%)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통상산업부 제출자료 기준).

겉보기에는 대형 가전사와 전문업체가 뒤섞여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투"보다는 "평화"의 논리가 우세하다.

제조업체들이 올해도 에어컨 예약판매를 벌이고 있는 점에서도 이는 증명
된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상황이라면 별다른 마케팅이 필요없다
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그저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제조회사들은 특별한 마케팅전략보다는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생산계획을 수립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94년 에어컨 판매대수는 48만대에 달했다.

95년에는 이보다 30%이상 성장해 70만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국내 에어컨의 가구당 보급율은 16% 내외(전자공업진흥회 조사).

컬러 TV나 세탁기등의 가구당 보급률이 1백%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
하면 앞으로도 에어컨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한 셈이다.

에어컨시장의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수 없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에어컨의 가구당 보급률이 50%를 넘어서는 시점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를 겨냥해 가전사들과 전문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기능"과 "유통망"등
각각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지금은 본격적인 전투에 대비해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