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여자의 할일과 남자의 할일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능력을 무시하면서 까지 여자의 할일만을 강요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아닐수 없다.
나는 H대학교 공업화학과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개인 사정에 의해 사회에
뛰어든 사회초년생이다.
회사는 환경(대기오염 및 재활용)에 관련된 소각로 압축기를 취급하고 있다.
입사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소각로에 큰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서 전문가
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여된 일이라고는 단지 사장의 심부름뿐이다.
한번은 환경관련 기사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공부중이라고 했더니,
자격증을 땄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여자는 기사가 돼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한 무력감과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릇된 인식으로 인하여 그저 손님 오면 커피나 드리고, 자질구레한
심부름이나 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되어버린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일만 하며 월급받아야 하는 것인가.
남.여 차별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소리는 매스컴등을 통하여 많이 듣고
보았지만 사회의 한구석에선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배진숙 < 경기 오산시 원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