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징수자인 국가가 세금 징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납세자가
세금을 연체했을 경우, 국가는 지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권성부장판사)는 8일 경영악화로 법인세를
주식으로 대납하려 했으나 세무서측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납세기간을
넘겨 지연금을 물게된 (주)삼미측이 삼성세무서측을 상대로 낸 "법인세
무납부가산 세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3억4천여만원의 가산세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조세징수를 공권력의 일방적인 행사로 파악하는
국가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대등한 채권.채무자의 관계로
본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에 의하여 특별한 규율을 받는 조세의
채권채무도 기본적으로는 사법상의 채권채무와 동일한 구조"라며
"채권자인 국가가 채무자인 국민의 채무이행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미측이 납부기한전에 주식으로 대납을 요청했지만 세무서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채권자로서의 수령지체에 해당된다"며 "삼미가
세금을 내지않은 것으로 보고 "무납부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주)삼미는 지난 93년도 법인세 중간예납액 34억3천만원을 경영악화
때문에 주식으로 납부하려 했으나 삼성세무서측이 이를 거부, 납세기간이
지나 지연금 3억4천여만원이 부과되자 "세무당국의 사정으로 기간내에
세금을 내지 못했으므로 지연금을 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