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기업변호사가 일약 대그룹 총수로 발탁됐다.

노태우씨 비자금파문과 함께 뇌물제공혐의 법망을 피라려는
재벌총수들에게 막후 조종역할을 담당하면서 부각된 국내 ''기업변호사들의
전성시대''가 외국에서도 구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미국 굴지의 식품.담배회사 RJR 나비스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골드스톤(49).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졸업후 뉴욕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
데이비스 폴크 앤 워드웰이란 법률회사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주로
기업들의 법률자문역을 맡아온 기업법무전문가.

골드스톤이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2월
주요고객이었던 RJR 나비스코의 상임자문변호사를 맡으면서 부터이다.

입사후 8개월만인 10월에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달 초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이런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물론 운도 따랐다.

식품업계에서 수완가로 아려진 전임 CEO 찰스 하퍼가 병환중인 부인을
간호하기 위해 회장직은 유지하되 CEO직은 사임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이 회사가 담배로 인한 질병관련 각종 소송사건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식품의약국(FDA)의 담배산업규제 시도에 대처해야
하는 등 숱한 법적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점이 진짜 이유이다.

숱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위경영진 차원에서 ''법적인
고려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때문에 골드스톤의 승진소식이 전해진 당일 뉴욕증시에서 나비스코
주가는 3%나 급등했다.

경영문외한인 골드스톤의 승진소식에 불안감 보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주식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골드스톤을 잘 아는 기업인들은 그가 "경영자로서 잘 적응할 기본적인
자질이 있다"거나 "교조적인 아닌 유연한 지성과 실용주의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골드스톤 자신도 "나는 이 회사와 구성원을 알고 있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8년이래 RJR 나비스코의 법무를 도맡아 처리해오면서 회사의
현황을 꿰뚫고 있다.

물론 골드스톤의 부상을 반대하는 세력도 있다.

대주주인 베넷르바우등은 골드스톤의 등극은 ''혼란스런 관리체제''를
의미한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은 연간매출액 154억달러에 달하는 RJR 나비스코를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담배사업분야인 RJ레이놀즈와 식품사업분야인 나비스코로
분리하려고 시도한다.

나비스코는 크래커와 쿠키 등 과자분야에서 미국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필립 모리스에 이어 미2위인 RJ 레이놀즈의 담배사업은
지난 수년간 국내시장 매출격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스톤은 그러나 CEO에 임명된 직후 회사의 완전한 분리가 채권자
등에 관한 법적의무와 주가하락 등을 이유로 97년말이나 98년말께나
가능하다고 선언, 대주주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식의 상황대처에는 변호사인 골드스톤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주변은 관측하고 있다.

때문에 골드스톤이 담배와 과자를 잘 팔것이냐는 의문은 일단 접어두자는
여론이 사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