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진 < 경북대교수.무역학 >

UR가 타결되고 WTO체제가 출범된지 이제 거의 1년이 되고 있다.

21세기를 준비하면서 국제사회는 경제질서의 재편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으며 그 성과의 하나가 UR의 타결인 셈이다.

이후 GR(Green Round), BR(Blue Round), TR(Technology Round), CR
(Competition Round)등 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국제협상의 무대
들이 우리 앞에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바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한국 경제 사회로서는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고 따라서
나름의 대응책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선진국에서는 윤리라운드(ER: Ethic Round)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기 시작하고 있다.

경제활동의 윤리적 요인에서 국제간 공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점차 뇌물수수등 비윤리적인 경제활동의 산출물을 가지고 국제경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는 시대가 멀지 않아 전개될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경제사회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일반적으로 가격경쟁력및 품질(비가격)
경쟁력으로 대별되어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러한 단순개념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

각국경제의 경쟁력은 보다 종합적인 경제운용의 구조적 효율성에서 비롯
된다는 인식, 즉 국제경쟁력의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게 된다.

하나의 국가경제가 성립하고 성장 발전해 나가기 위한 기본적 요건으로
"일정한 사회적 공통원리"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공통원리란 다름아닌 국가의식의 형성이다.

한 국가내에 있다는 공통의 의식을 기반으로 제도적 기반, 물적 기반및
윤리적 기반이 성립되는 셈이다.

제도적 기반이란 경제활동상 필요한 법률제도 금융제도 등이며 물적기반
이란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다.

한편 윤리적기반이란 상관습상 모럴, 질서의식 등이다.

이런 것들은 공통의 의식으로 지지되는 국가를 단위로 하여 성립되고
궁극적으로 이들 제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엮어져서 사회활동, 경제운영이
가능해지며 국가경쟁력이 창출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제도적기반및 물적기반에 따른 국가경쟁력이 중요시되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윤리적기반이 국가경쟁력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윤리"라는 것이 경제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중간투입 생산요소의
하나로 다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생산요소의 하나인 윤리에도 생산성의 개념을 도입해 볼수 있겠으며
윤리적 기반의 정비 여하가 그 생산성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윤리라운드가 어느 시점에서 어떠한 형태로 국제협상의 라운드테이블이
만들어질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향후 ER의 질서가 만들어지게 되면 비윤리적인 경제활동및
그 성과는 국제경제사회에서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란 점이다.

특히 각국민의 경제윤리적 수준을 대상으로 협상하게 되는 바, 이는 곧
각국민의 자존심 싸움인 것이며 한치도 뒤로 물러설수 없다.

맑스 베버는 자본주의정신을 "윤리적 기반위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의 원칙"
으로 보았다.

자본주의정신은 윤리규범이 그 기본이며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것과는
전연 다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후안무치, 배금주의가 근대자본주의 정신인 것으로
착각되고 있다.

이른바 카지노자본주의가 성행하여 수입이 많은가 적은가는 순전히 운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도덕성이 결여된 권력과의 연에 따라 좌우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정치 경제체제에의 신뢰는 사라지고 자본주의사회의
기본이 되는 윤리적 가치체계는 무너져 버리게 된다.

그리하여 감동부재의 사회, 메마른 사회로 전화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이른바 비자금 파문으로 사회적 혼돈, 경제윤리의 혼돈에
빠져 있다.

모든 국민에게 엄청난 시련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한점 의혹 없이 우리 국민 스스로 투명하게 밝히고 극복해야 하며 그 과정
에서 한국경제의 윤리기반도 재구축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