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레스를 옆으로 두고 흐르는 바다같은 강, 라플라타강으로 삐져나온다고
한다.
이토록 멀게만 느껴지던 나라, 에바 페론을 노래한 "돈 크라이 포 미
아르젠티나"로 오히려 더 잘알려진 나라, 아르헨티나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마라도나가 재기전을 얼마전 한국에서 치른 바있고 메넴대통령이 지난9월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최근 급속히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다.
메넴대통령이후 실시된 경제개혁조치로 인플레가 진정되는 등 경제가
대체로 안정을 찾는 모습인데다 올1월 남미공동시장의 발효로 브라질이라는
거대시장을 이웃한 아르헨티나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브라질이 남미의 공업기지역할을 맡고 있다면 아르헨티나는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등 1차산품과 관련공산품의 생산기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또 석유 등 막대한 부존자원에도 각국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국이 일제치하에 들어선지 불과 몇년 뒤인 지난1913년께 이미 지하철을
운행했고 세계대전에 편승해 지난45년께 일약 세계5위의 경제대국을 구가
했던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등 다른 중남미국가들처럼 80년대 내내 경기불안
과 경기침체, 악성인플레를 겪으면서 그다지 매력있는 투자대상국으로
부각되지 못했었다.
아르헨티나정부는 구조적인 재정적자를 화폐남발로 보전, 인플레 환율
명목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89년과 79년을 대비하면 물가는 1백80만배, 환율은 2백만배, 명목임금은
1백50만배, 통화공급량은 1백50만배가 각각 팽창했다.
81~89년 연평균 GDP성장률은 마이너스 1.9%였으며 제조업생산은 79~89년
기간중 15분의1로 축소됐다.
연간5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이자지불을 위해 무역수지흑자를 유지해야
했다.
이를위해 화폐를 평가절하, 실질환율이 왜곡돼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인플레가 극성을 부렸으며 실질소득수준이 감소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위해 물가 임금을 잠정동결하고 아우스트랄화
의 대미달러화 고정환율을 실시하는 아우스트랄플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이런 상황은 지난89년 사울 메넴정부가 들어선후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알폰신 전정권의 실패로 지적되는 경제파탄을 해결하기위해 지속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82년의 포클랜드분쟁후 악화됐던 대미 대EU
관계도 개선했다.
메넴정권의 경제개혁은 크게 4가지 기둥으로 구성돼있다.
첫째는 국가개혁으로 민영화와 공무원의 인원과 보수의 감축, 공기업에
대한 보조금중단 연금제도개혁, 세수확대 등을 통한 재정균형이다.
외채문제는 브래디플랜에 가입함으로써 고비를 넘겼다.
둘째는 가격 임금 금리 자본흐름 등에 대한 통제를 제거함으로써 시장경제
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각종 비용을 경감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투자와 통상의 자유화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자유화했다.
등록요건들을 없앴고 외국인도 현지에서 신용을 끌어쓸 수 있도록 했으며
국방분야등 특별법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만 미리 승인을 받게하고 과실과
투자원금을 언제든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이 현지투자자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도록 했고 투자보장
협정들이 맺어졌다.
통상분야에서는 비관세장벽과 수출세를 없앴고 관세구조도 단순화했다.
남미공동시장의 발효로 통상자유화범위가 넓어졌다.
넷째 강력한 안정화정책인 태환정책의 실시다(91년4월).
법으로 1페소를 1달러에 바꿔주도록 규정했다.
지수에 따른 물가연동제도 금지했다.
아르헨티나에 들어와서 영업하는 외국기업들을 안심시키고 물가를 잡자는
뜻이다.
태환정책은 브라질이 지난해7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헤알플랜"의 모델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같은 개혁조치에따라 인플레는 진정되고 경제는 회복국면에 들어섰다.
태환정책과 수입자유화로 인플레압력이 진정돼 소비자물가는 90년 1천3백
44% 상승에서 91년에는 84%, 92년에는 17.5%,93년에는 7.4%,94년에는 3.9%로
각각 떨어졌다.
인플레기대심리가 진정되고 단기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91년4월이후
이자율도 급속히 하락, 여신이자율은 월15%수준에서 91년말에는 월3.5%
수준으로 떨어졌다.
92년에는 월2.7%수준 93년1.4분기에는 2.5%수준으로 계속 내려왔다.
경제는 과거의 마이너스성장에서 91년 8.9%,92년 8.7%,93년 7.3%가 각각
성장했으며 공업생산도 계속 늘었다.
GDP대비 고정투자는 91년 15%에서 94년 20%로 계속 늘어났다.
외국인투자는 중남미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투자가 이뤄졌다.
남미공동시장 등 지역경제연합의 형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1월부터 발효되고 있는 남미공동시장의 역내국가인 브라질 등과의 교역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아르헨티나경제에 고비가 닥쳐왔다.
지난해12월 발생한 멕시코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데킬라효과"로 일컬어지는 멕시코사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나라로
아르헨티나가 꼽히고 있다.
당시 70억달러가 해외로 인출됐으며 이에따라 신용이 위축되고 금리가
급상승했다.
페소화의 평가절하가 예상되기도 했다.
주가지수는 멕시코사태직전인 94년12월19일 주가지수(MERVAL)가 5백
28포인트였으나 95년3월8일에는 2백62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카발로경제장관은 이 고비를 넘기기위해 두번이나 미국을 방문했으며
페소화태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위해 지난1월12일 "아르헨티나경제의
달러화(Dollarization)"조치를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지불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와 페소화
계좌를 별도로 유지하지않고 통합, 그동안 있어왔던 매입 및 매도율을
없애고 1대1로 교환해준다는 것이다.
이로써 금융시장의 요동을 막는데 성공했으나 외국투자자들은 여전히
페소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또 멕시코외환위기이후에 지속된 경기침체와 개혁이후의 공무원감원
등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이 현 정부의 부담으로 남고 있다.
실업률은 94년10월말기준으로 12.2%에 달했는데 멕시코사태의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당하면서 조업을 중지하고 해고사태가 빈발,
완전실업률이 지난5월현재 18.6%에 달한 것으로 발표됐다.
실질실업률은 30%에 달하는 것으로도 추정되고있다.
그러나 이처럼 실업이 증가하면서 그동안 아르헨티나비용의 하나로
꼽혀온 강성노조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연초 메넴대통령이 노동법개혁을 통해 실업을 줄여야한다고
주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에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외국인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와 한국은 최근 메넴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원자력협정에
가서명했고 항공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투자보장협정과 과학기술협력협정 등이 체결됐고 경제통상협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등도 추진되고 있어 양국간 교역과 투자가 이를 계기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