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공부방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바로 공공도서관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자료를 보존하는 본래의 취지는
간데 없고 단순한 공부방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틈을 타고 일부 시.도에서는 공공도서관의 명칭을 변경하여 도서관의
기능은 유지한채 여기에 청소년 문화활동이나 심신수련등을 위한 기관으로
변질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공공도서관의 위상과 역할을 크게 위협하는 것으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춘천은 중앙도서관을 축소해 사회교육관 산하의
도서과로, 전라북도는 학생해양수련원 학생종합회관 학생복지회관 등으로
변형시키려는 계획이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지역은 실현단계에
있다고 한다.

더구나 새해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도서관장 전문사서직화를 앞두고
일어나는 움직임이라 의혹을 자아내는 면도 없지 않다.

실제로 93년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보해야한다"는 내용의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제정 이후 전문직이 아닌 일반 행정직 도서관장들의
반발을 상기하면 더욱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5.31교육대개혁안의 각 단위 교육개혁안에 대한
계획이라고 강변하지만 각 시.도 교육청이 해야할 것은 "사회교육.평생
교육"이라는 대주제에 맞추어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강조해야지 사회교육
기관의 부속기구로 격하시키는 것은 개혁의 후퇴일 뿐이다.

일부 행정관료들의 편견과 정부부처의 무관심이 공공도서관을 무기력
하게 만들고 끝내는 "공부방"으로 전락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보"라는 말이 중요성을 띠면서 요몇년 사이 대학도서관들과 전문.
특수도서관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체부의 도서관 정책을
초월하는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는 반면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은
한낱 책읽는 공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 시.도 교육청의 공공도서관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국가적 정책
부재로 벌어지는 이와같은 문제점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
내무부 문체부로 삼분된 소관 부처를 일원화하여 일관된 도서관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새해 들어 전문 사서직이 도서관장을 맡는 것을 계기로 공공도서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
되어야 한다.

김기문 <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