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기 <교통물류연 선임연구원>

최근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고객에게 최상의 품질을
가진 상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제공하지 못하면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냉엄한 적자생존의 진리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최고의 품질과 최저의 가격을 갖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시기.장소.량등 고객의 물류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면 결국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제 기업의 물류경쟁력은 매출이나 수익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물류경쟁력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물류서비스의 품질과 이를
달성하기위한 물류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기업은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해 팔레트 및 포장규격의 표준화,
물류기기의 자동화, 물류거점의 정비, 물류정보시스템의 구축, 물류관리
부서의 신설 등 낮은 물류비용으로 높은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한 노력을
다양하게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중 최근 주목할 만한 경향으로 물류관리영역의 확장을 들 수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제조 기업은 자사내의 물류활동만을
대상으로 합리화작업을 벌여왔다.

즉, 서로 개별적인 논리에 의해 움직이던 판매, 생산, 구매부분
을 통합하여 관리함으로써, 판매상황에 따른 생산, 생산상황에따른 구매
등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판통합의 물류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개별적인 기능의 최적화만을 추구하던 70년대 물류관리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의 물류환경은 제조 기업으로 하여금 물류관리의 영역을
기업내부뿐아니라 관련된 외부조직으로까지 확장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물류비의 절감과 고객서비스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류 관리 영역의 확장으로 공동수배송과 공급사슬관리
( supply chain management )를 들 수 있다.

공동수배송은 수송, 보관 및 배송을 업체간에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차량의 적재율 향상과 첨단 물류기기의 공동이용등 극적인
물류비 절감을 꾀할 수 있다.

또한 공동수배송을 통해 수배송 차량의 교통량을 줄임으로써 환경보전과
같은 사회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공급사슬이란 재화와 용역이 원자재로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으로 정의되는데, 공급사슬관리는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공급자,
생산자, 구매자간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구성인자 모두에게
혁신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고도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공급사슬관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JIT ( just in time )와
ECR( efficient consumer response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발주자와 공급자를 하나의 가상기업으로 인식하여 각종
중복 업무와 비능률을 없애 극적인 원가절감과 획기적인 업무처리속도의
단축을 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주자의 구매부서와 공급자의 영업부서는 동일한 업무를
중복되게 수행하는 것이므로 이들 업무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면 공급자와
발주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원리이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공급채널관리 시스템의 운영을 통해 딜러는 발주업무
자첼 없앨 수 있었으며, 포드사는 수백만 달러의 불필요한 현장재고를
없앨 수 있었다.

이처럼 공급자, 생산자, 구매자 모두가 자신만의 합리화차원을 넘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할때 최고의 물류경쟁력이
달성될 수 있다.

따라서 물류의 관리영역이 점차로 확장되는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적응하여야만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교통물류연구원 선임연구원 민관기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