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러시아총선이 17일(현지시간) 1억500만명의
유권자들이 참석한가운데 전국 9만4,000여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구소련붕괴이후 두번째로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모두 43개 정당에서
8,000여명의 후보자들이 나와 450석의 두마 의원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두마의원 450명중 250명은 각 지역구에서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나머지
255석은 총투표자의 5%이상 표를 얻은 정당에 득표율에 따라 배정된다.
이번 총선은 내년 6월 실시될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는데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보리스 예친 대통령도 이번 총선을 지난 4년반동안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국민심판의 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총선결과를 통해 내년 대통령선거를 미리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마련될
것이다.
선거에 앞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결과을 봐선 게나디 주가노프가 이끄는
공산당과 극우민족주의계열의 자유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소수민족차별반대를 주창하고 있는 러시아공동체와, 농토사유화반대를
공략으로 들고 나와 농민층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농민당도 약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비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이끌고 있는 친정부계열의 "우리
조국 러시아당"은 의석수기준 세번째 정당으로 쳐지겠다는게 여론조사분석
이다.
이밖에 경제학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를 지도자로 내세운 "야블로코"이나
"러시아민주선택당" "전진러시아당" 등 우파자유주의 성향의 정당들은 의석
배분하한선인 5% 득표를 가까스로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러시아의회의 주도권은 이번 총선을 통해 반엘친세력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높은 물가고에다 국유기업의 민영화과정에서 발생한 높은 실업률이 노인층
을 중심으로 공산당지배체제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소수민족분쟁과
사회범죄의 증가는 인권문제를 강조하는 민족주의계열 정당의 입지를 강화
시켜 줬다.
그러나 러시아 정세분석전문가들은 어떤 정당도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이상
을 득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반옐친노선을 표방하는 정당들끼리도 각 정당간 이념적 차이와
지도자들의 개인적 대권야망 때문에 연합세력구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
된다.
설사 반옐친연합전선이 의회내에 형성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위해서는 3분의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정책기조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특히 이미 시장경제의 길로 깊숙히 들어선 러시아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통제경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직까지 러시아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고 있지만 러시아경제는 지난
4년여동안의 진통을 수습하고 안정성장궤도에 진입하는 단계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4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산업생산과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큰 돌출변수가 없는한 내년에는 마이너스성장을 벗어난다는게 서방경제학자
들의 진단이다.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공산당은 민영화시킨 국가기간
산업을 다시 국유화해야 하고 이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가격지원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국민의 일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 등을 보장해 주기 위해 사회복지비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공산당의 슬로건이 실제 정책으로 시행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도시리고 있다.
우선 서방경제기구들의 지침을 무시하고 적자예산을 편성해 가면서까지
과거처럼 선심복지를 펼친다는 것은 공산당내부에서도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가권력내 기득권세력과 상업자본가들이 이미 체제회귀를 막을 수 있을
만큼 두터운 힘을 형성했다는 것도 러시아경제가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