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이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됨
에 따라 향후 재판일정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법원은 이날 심리를 맡을 재판부로 형사합의30부를
결정했다.

서울지법에서 법정형이 단기 징역1년 이상인 사건을 다루는 형사 재판부는
수석부인 30부와 합의부인 21,22,23부 등 4개 재판부가 있다.

법원은 현재 23부가 내년 총선과 관련, 선거사범 처리를 전담해야 하고
22부는 삼풍사건을 심리중이어서 21부와 30부중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
수석부인 30부를 선택했다.

당초 법원은 노씨가 구속기소되면 재판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혼란과 경제계
에 미칠 후유증 등 재판외적인 측면을 고려해 이 사건을 집중심리제로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집중심리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통상적인 재판진행
을 하기로 했다.

사건을 심리하게될 형사합의 30부 김영일 수석부장판사는 "재판을 진행
하면서 검찰의 직접 신문과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있게 된다"며 "반대신문을
맡은 변호인들이 수사기록 검토를 요구, 기록을 검토하게 되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현실적으로 1주에 2~3번씩 공판을 열어야 하는 집중심리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수석부장판사는 이와관련, "정상적인 재판 속도에 맞춰 재판을 진행
하면서 완급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며 "노태우 전대통령에 대한 첫 기일은
417호 대법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달 19~21일 사이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12.12 및 5.18사건과 비자금 사건의 병합심리는 사건자체가
서로 너무 이질적이라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일단 비자금사건에 대한 판단이 12.12및 5.18사건보다 더 빨리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노씨외 다른 피고인 13명을 먼저 처리하고 노씨만
분리해 병합심리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노씨 비자금과 관련된 다른 피고인들은 1심재판 만기시한인
6개월이내인 내년 5월께 선고가 내려지게 되지만 노씨는 12.12및 5.18사건
과 병합기소돼 다시 영장이 발부되면 그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난 후 1심
선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노씨가 최소 징역 10년이상의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와 사형까지
가능한 군형법상 반란 및 내란 혐의의 경합범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항소및
상고를 포기할 수 없어 대법원 최종심은 97년쯤에나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재판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 전반의 후유증, 그리고 내년초
에 있을 총선 등 정치적 상황변화 등이 고려돼 재판진행 도중에 특별사면
이나 복권 등 정치적 조치의 가능성도 벌써 점쳐진다.

연희동측은 일단 여론이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보석''을 신청해 불구속상태
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구속수감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나 국민감정이 다소 누그러졌다고
판단되면 전직 대통령의 예우와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해 줄
가능성도 있다.

불법으로 조성된 노씨 재산은 법원의 판결로 국고에 귀속되게 된다.

검찰은 이를 위해 5일 형법 제134조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제42조에 의거, 노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뇌물 2천8백38억9천6백만원을
몰수하기 위해 노씨의 부동산 채권 예금 등의 처분을 금지하는 ''추징보전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확정판결이후에 추가로 밝혀낸 은닉재산은 일사부재리 원칙
에 의해 몰수할 수 없기 때문에 확정판결전에 모든 부정축재재산을 밝혀
내야 몰수할 수 있다.

노씨가 기업체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이 국가에 몰수되면 노씨로부터
사채자금을 빌려쓴 한보와 대우, 동방유량 등은 법원이 노씨의 재산몰수를
선고하더라도 곧바로 자금을 국가에 반납할 필요는 없으며 노씨와 맺은
계약기간만료일에 사채를 국가에 반환하면 된다.

이때 사채에 대한 이자도 함께 반환해야 한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