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실시되는 올 하반기 대기업 그룹들의 면접시험에서는 자신만의
"끼"를 잘 표현하는 개성파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사가 26일 주요 그룹들의 올 하반기 공채시험 면접기준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그룹은 이번 면접시험에서 전공지식이나 실무능력보다는
"끼"로 대변되는 응시자들의 개성과 폭넒은 인간미등을 중시할 계획이다.

특히 <>개성 <>인간미 <>열정 <>창조력 <>미래지향성 <>도전의식 <>잠재력
<>국제감각등을 주요 면접 체크포인트로 제시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번 하반기 공채의 면접시험 기준이 지성보다는
야성을 중시하고 우등생 모범생보다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모험주의자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끼 면접"이라는 신종 용어도 나오고 있다.

"끼"로 표현되는 신세대들의 개성과 그들만의 자기 주장을 능력과 품성의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삼성그룹 인력관리위윈회 김만헌부장은 "응시자들이 신세대임을 감안해
그들의 생활과 철학을 중심으로 면접방식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필기시험이 폐지
되고 면접의 비중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신종 면접"방식을 개발해
놓고 있다.

이에따라 "자율면접" "열린면접"이라고 불리는 다채로운 방식들이 이번
하반기 면접에서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면접"을 도입한 대표적인 그룹은 삼성.

"열린 면접"은 발표력과 깔끔한 매너등을 중시하던 면접에 관한 종전의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있다.

열린면접의 핵심은 "프리젠테이션"이라는 전형방식이다.

프리젠테이션은 면접 대기시간중에 응시자들에게 각 직군별로 5개의 주제를
던져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응시자들의 문제해결 방법을 관찰하겠다는 취지다.

기술개발직군의 경우 "서울본사와 도쿄지점을 정보시스템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만일 귀하가 이 업무를 추진할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할 요소는 무엇
인지를 3가지만 들어 설명하라"는 식의 문제를 제시키로 했다.

응시자는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약 5분간 이 문제에 답하고 이유를 설명
해야 한다.

포스코그룹도 이와 비슷한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실시키로 했다.

현대그룹이 새로 개발한 표준질문서 방식의 면접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는 직업관 효도정신 교우관계 장래포부등 20개 항목을 담은 표준
질문서를 응시자들에게 제시해 1차 면접때 작성토록 할 방침이다.

면접관들이 아무렇게나 질문하고 응시자들이 수동적으로 대답하는 방식을
지양해 솔직하고 자유로운 "말"을 듣겠다는게 이 방식을 도입한 취지다.

LG그룹과 대우그룹도 계열사별로 자율면접을 통해 신세대들의 "끼"를
최대한 파악할 수 있는 면접방식을 개발토록 했다.

일부 기업들은 지난 20일 실시된 신세계의 "신면접"을 도입할 것을 검토
하고 있다.

신세계는 응시자들의 정장 차림을 사절한다고 밝히고 자율복장으로 동료
끼리 상호 면접을 하는 시험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미원은 호프집이나 당구장에서 면접을 실시키로 해 화제를 끌고 있다.

면접 절차에도 일대 혁신이 예고되고 있다.

젊은 부.과장들을 면접위원으로 참여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외부인사를 면접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선입관을 없애기 위한 무자료면접도 확산되고 있다.

즉석 외국어인터뷰와 1차와 2차로 나누어 실시하는 다면 접촉방식은 기본이
돼있는 상태.

어쨌든 올 하반기 면접시험에서는 사람됨됨이와 신세대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갖가지 면접 방식들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응시자들로서는 지망 기업의 사훈이나 총수의 경영철학등을 숙지하는
"기본과목"외에 자신의 "끼"를 잘 드러내야 하는 또 하나의 "특별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