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설립된 전자출판회사 싱가포르 실크루트벤처사는 "21세기의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야심찬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회사가 하는 일은 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아시아 각국및 기업의 투자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

인터넷을 이용해 고대 동.서 교역의핵심 루트가 됐던 실크로드의 역할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 이회사의 야심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아시아온라인"에는 아시아 각국의 주요 투자사업과
민간기업 목록및 소개등 풍부한 정보가 들어있다.

이 회사가 설립된지 꼭 1년을 맞은 올 9월 이용건수는 70만건.

석달전에 비해 2배로 팽창했다.

이중 64%가 미국고객이었다.

이회사의 슬로건대로아시아 비즈니스정보를 얻고 싶은 서양 기업들에게
현대판"실크로드"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서양기업은 중요한 투자정보를 손쉽게 얻고,아시아 기업들로선 해외 언론
매체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보다 훨씬 싼 값으로 기업소개와 상품선전을 할
수 있어 이용자는 날로 늘고 있다.

인터넷이 현대판 실크로드로 각광받고 있는 배경은 아시아의 "인터넷 열풍"
이다.

선진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인터넷이 아시아에서도 핵심 "정보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아시아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인터넷활용이 이미 정보화시대 경쟁력유지를
위한 "필수과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유수 선진국들을 제치고 두해 연속 세계 국가경쟁력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싱가포르.

인터넷 이용율(인구 1만명당 서버수기준)에서도 단연 아시아 1위이다.

싱가포르의 인터넷 이용자 8만2천여명 가운데 기업유저는 이미 3분의1을
넘어서고 있다.

전자메일과 기업의 정보발신등 비즈니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첫째
원인이다.

국립싱가포르대학에는 지난 6월 인터넷 관련기반기술연구를 전담하는
"인터넷 R&D유닛"이 개설될 정도로 인터넷 연구열기가 높다.

인터넷 이용자는 모두 전보국에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중국 역시 인터넷이용자가 폭발하고 있다.

북경시내 이용자만도 1백가구에 달했다.

중국 관영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인터넷에 접속한 PC는 지난 3월
4백대에서 7월에는 6천대로 급증했다.

불과 4개월만에 15배나 뛰어오르는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직 인터넷 접속서비스(프로바이더)사업이 개방되지 않은 말레이시아
에서도 "감당불능" 정도까지 인터넷 접속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나라 유일의 프로바이더인 국영 "자르뎅"은 회선용량을 2배속도로 늘여
가는데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이다.

이에따라 외국통신 업체들도 일제히 아시아 시장 조준에 들어갔다.

올 여름싱가포르가 두번째 상용 프로바이더를 선정하기 위해 실시한 입찰
에는 미AT&T와 IBM, 일본 NTT등 통신.정보분야의 거대기업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최종 낙찰은 싱가포르기업에게 돌아갔지만 아시아 인터넷붐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인터넷열풍이 선진국에서 개도국까지 번지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자리잡게 되자 국제기구까지 인터넷 실크로드사업에 나섰다.

세계은행 산하국제투자보증기구(MIGA)는 지난달말부터 인터넷을 통해
아시아등 개도국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MIGA는 개도국에 진출하는민간기업에 대해 투자보증을 실시하는 기관.

"IPAnet"라는 명칭의 이 서비스는 기업과 인프라스트럭처, 천연자원등
각종 투자정보를 개도국 정부나 민간기업으로부터 받아 인터넷에 내보내고
있다.

IPAnet에는 이용자간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능도 첨가될 예정이다.

"이용가치가 높은 투자정보를 제공, 대개도국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목적이다.

MIGA는 우선 무료로 공개한 뒤 내년 중반부터 유료 회원제로 운영할 계획
이다.

아시아에서는 올해가 "인터넷 원년"으로 기록될만 하다.

중국에서 인터넷 상용화가 허용된 것도, 아시아 각국에서 상용프로바이더
민영화가 시작된 것도 올해부터이다.

아시아의 인터넷 붐과 함께 인터넷 도로망은 아시아 곳곳까지 깊숙히
뻗치면서 명실상부한 "디지털 실크로드"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