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와 의회의 마찰로 인한 연방정부기능의 마비는 미국의 재정위기는
물론 자국민과 관련국가의 민생불편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국가의 복지정책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싸움의 이면에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와 공공경제학자들의 시각 차이가 깔려 있다.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정부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검증되지 않은 경제학이론이 현실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인가.

정부의 경제정책은 누가 이끌어가야 하는가.

미국의 경제정책을 뒤에서 이끄는 경제학자들의 현실을 소개하는 한편
그들의 행동을 비판한 "경제정책을 팔러다니는 사람들"(폴 크루그만저
노턴간 원제: PEDDLEING PROSPERITY)이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책은 레이건정권과 클린턴정권등 정권 주변에서 최고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정책프로모터"들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몰지각한지를 파헤치고 있다.

이책의 저자 크루그만에 따르면 정책프로모터란 정치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알아듣기 쉽게 들려주는 경제학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가에게 경제학에 대해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대중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정치가에게 자신의 주장을 정책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
하고 과신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의 문제점등을 간과
한다.

따라서 이 정책프로모터들에 의해 경제정책이 좌지우지돼 미국경제가 침체
를 면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레이건정권때는 공공경제학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대폭적인 감세정책을
꾸려갔지만 이것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찍이 없던 재정적자와 소득분배상의 불평등을 가져왔다.

그 결과 공공경제학자들의 위신은 추락했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후퇴시키게 됐다.

저자는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힘을 얻은 자유주의경제학자들이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승리로 그들의 경제학내지 경제이론을 실천하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승리한 신정권은 외국에 대한 시장개방 촉구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등장한 "전략적무역론자"라는 새로운 정책프로모터
에게 경제정책을 맡기게 됐다는 것.

크루그만은 결국 미경제정책은 정책을 팔러다니는 일군의 경제학자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치가의 "저속화"로 인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