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지법 형사항소6부 김정호판사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일부 수사내용을 알려준 것을 놓고 검찰과 법원사이
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판사는 지난 16일 "비자금 거래의 중개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원
조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있었는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영장에 첨부된 기록
에는 이원조전의원, 김종인전청와대경제수석 등이 기업인 진술속에 등장한다
"고 알려준것.

일선 검사들은 "수사에는 나름대로의 일정이 있고 먼저 마무리할 부분과 나
중에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 판사가 영장기록을 기자들에게 알릴 수 있느냐"
며 "수사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올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

검찰은 노씨 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날 이현우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기밀은 모두 뺀 채 영장에 기재된 수사기록만 첨부해 영장을 청구, 법원
에 대한 불신을 표출.

안강민 중수부장도 18일 브리핑에서 "김판사가 본인의 실수를 다소 시인하
고 있고 법원내부에서 알아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

대법원 허만공보관은 "판사가 재판내용을 공개하거나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공개할 수 없는데도 이를 언론에 공표에 김판사가 법원장으로부터 큰 꾸지람
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의 한 관계자는 "김판사가 이원조씨등의 노씨 비자금 개입 사실
을 공표하지 않았다면 검찰이 수사나 하겠느냐"며 검찰의 밀실수사와 덮어버
리기 관행을 비난.<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