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으로 검찰청에 "총집합"했던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해외로 출국하고 있다.

검찰에 불려갔던 전.현직 그룹 총수 가운데 15일 현재 이미 출국했거나
가까운 시일내에 출국할 예정인 대기업그룹총수는 10여명 선.

쌍용그룹 김석원 전회장이 미국에서 신병 치료중인 부인을 간병하기
위해 검찰소환 다음날인 10일 출국한 것을 시작으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마친 다음날인 14일 폴란드 국영자동차
메이커 FSO인수 관련 업무를 마무리 짓기 위해 출국했다.

김우중회장은 올 연초에 추진하려던 폴란드의 은행인수 문제 등을
현지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논의하는 등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몇개의
프로젝트가 있어 귀국일정은 아직 확정되지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농그룹 박용학 명예회장은 지난 11일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곧바로
12일 일본으로 출국했으며 17일까지 열리는 방일수출촉진단회의가 끝난뒤
귀국한다.

13일 소환돼 조사를 받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미스탠포드대 경영대
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오전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 9일 검찰에 소환됐던 효성그룹 조석래회장은 16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와 함께 열리는 태평양연안국
경제협력회의(PBEC) 운영위원회의 한국측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중 출국한다.

조회장은 19일 전체회의가 끝나는 대로 귀국할 예정.

정주영 명예회장이 불려가는 바람에 검찰에 직접 소환 되지 않은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인도의 시장현황을 파악하고 각종
투자사업에 관한 상담을 벌이기 위해 17일 출국해 23일께 귀국한다.

롯데그룹 신격호회장은 검찰 조사를 끝낸 지난 13일 이후 롯데호텔
34층에 마련된 숙소에서 칩거 중이나 곧 일본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LA에 세운 공장 가동준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지에
출장갔다가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던 한일그룹 김중원회장은 국내사정을
봐가면서 출장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도 이달중 중국 출장이 예정돼 있으나 구체적인
출국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

한편 이날 현재까지 30대 그룹 총수중 유일하게 검찰에 불려가지 않은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은 비자금 파문이 한청이던 이달 2일 출국해 현재
런던에 머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