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30)의 소설은 독특한 색감과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

93년 등단이후 잇따라 발표한 "푸른사과가 있는 국도" "검은 늑대의
무리" "엘리제를 위하여"등에서 그는 회화와 음악의 이미지를 즐겨 사용
했다.

"랩소디 인 블루"에서는 두가지 요소가 결합돼 나타난다.

이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작법과 밀도있는 문체에서 비롯된다.

때로 10행이상 이어지는 긴 문장은 영혼의 밑바닥을 건드리듯 섬세하다.

푸른색과 블루의 미묘한 이중주를 랩소디의 음률에 담아낸 손길은 더욱
예민하다.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찍듯 자유롭게 움직이는 "마음의 행로"가 행간에서
새로운 길을 만든다.

"랩소디 인 블루"는 서른고개에 접어든 한 여성이 열아홉과 스물넷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

시간대와 화자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줄거리도 주인공 미호와 고교친구인
정이의 이야기로 병렬돼 있다.

미호는 부모님의 이혼이후 오빠와 고모들 틈에서 생활하며 가족이나 사회
로부터 단절된 삶을 꾸려간다.

친구들과의 여행이나 미술선생님과의 설익은 사랑도 금방 부질없는 일로
여겨진다.

정이의 삶 또한 불확실하고 권태롭다.

인간의 단절과 소외를 다룬 영화 "천국보다 낯선"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길잃은 세대의 상실감을 잔잔하게 펼쳐보인다.

배수아 소설의 미덕은 바로 이 "의도하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소설쓰기를 즉흥연극에 비유했다.

"주제를 앞세우면 이미지가 갇힐까봐 그냥 마음 가는대로 쓰죠. 목적보다
과정, 주인공보다 주변인물들에 더 애정을 느껴요"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그는 현재 중편 "마을의 우체국남자와 그의 슬픈
개"를 집필중이다.

서울태생.

이화여대화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5월 첫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를
펴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