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 대성합동회계법인 / 공인회계사 >

공인회계사로서 중국에서 세법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는 요즘 벽보나
신문광고에서 회계사자격증취득을 위한 재무회계 교육생 모집광고를 자주
보게된다.

이제는 외국투자기업 뿐만아니라 중국의 국유기업들도 서방식 회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때문에 회계직종에 대한 인력수요가 급증하게돼 직업교육기관과
대학등에서 재무회계학강좌를 개설해 취업알선과 함께 기업의 효율적
관리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는 이제 초보적인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궤도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즉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경제에서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단계라고 할수 있다.

특히 제8차 국민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기간(1991~1995년)중 국민총생산과
수출액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이에따라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외제전자제품이 백화점을 가득 메우고 있고 중국산 TV나 냉장고등의
가전제품도 품질이 향상돼 제품경쟁력측면에서는 한국산 제품과도 큰 차이가
나지않는 상태이다.

요즘 중국의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중의 하나는 "효율"이다.

자본주의가 발전된 미국의 경영학교과서에서 볼수 있었던 이 개념이
이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중국인들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음을 알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국유기업의 경영개혁을 위해서 주식회사 형태의
현대기업제도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이를위해 회사법등 법적인 장치가 정비되고 있다.

이밖에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위한 재정수입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법을
도입하고 개인소득세, 기업소득세등 세법전반을 개혁하여 작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써 정부주도형 경제개발전략추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효율적인 시장경제의 도입과는 반대로 과거 그들이 그토록
신성시했던 마르크스주의이론은 어디로 갔는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얼마전 필자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도서관에서 헌책을 처분하고 있어
우리돈 500원에 해당되는 인민폐 5원을 주고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서적을
7권이나 구입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중국의 대학생들은 이런 종류의 서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이런 책을 사고있는 필자를 의아한듯이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알아본 결과 요즘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국제무역이나 금융 주식및 선물시장, 경제법률등의 분야였고
마르크스이론을 공부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참으로 역설적이라 아니할수 없다.

북경의 거리한쪽에서는 캐딜락등 고급승용차가 길을 메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골에서 막 상경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도 만날수 있다.

또한 심각한 소득수준의 격차에 따라 범죄 마약등 사회문제가 중국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또한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에서 통제를 받던 쌀등 기초생활필수품
가격이 시장기구에 맡겨져 결정됨으로써 물가가 급등하고 있고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식량문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인구정책과 더불어 급격한
소비수준의 향상에 따라 중국의 경제와 사회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것 같다.

또 이는 세계식량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식량안보차원에서 한국도
대책수립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결합하는 인류역사상
최초의 경제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기업의 소유주는 국가이고 공산당간부는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으며
국민은 근로자가 되는 하나의 거대한 기업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체제의 결합이 성공한다면 이는 한국의 장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것이다.

특히 통일후 우리의 경제체제구축모델로서 중국의 앞으로의 진로를
눈여겨 보아야할 시점인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