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끝난 현대클래식국제골프대회는 95시즌 한국골프의 최종순간
까지도 "믿기 힘든 드라마"로 장식하는 명승부였다.

올해의 한국무대 골프는 유달리 극적인 승부가 줄을 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경기에서는 신한동해오픈의 최상호우승이
그랬고 지난달 삼성세계여자골프선수권대회의 애니카 소렌스탐우승도
흥미만점이었다.

이같은 "명승부"들은 "좋은 대회가 만들어지고 좋은선수들을 부르면
그만큼의 보답이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 수준이 높아 질수록 나타나는 내용도 알차진다"는 스포츠세계의
진리가 골프에서도 예외없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현대클래식국제골프대회의 "뒤풀이".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95년의 골프대회는 모두 종료됐고 그런 아쉬움을
"명승부 재생"으로 달래 보자는 의미이다.

<>.연장 두번째홀에서 스티브 페이트(미국)의 칩샷버디는 "최악이
최선으로 바뀔수 있다"는 골프만의 해프닝.

페이트의 세컨드샷이 온그린마저 안되자 갤러리들의 입에서는 실망의
외침이 새어 나왔다.

다른 세 선수는 물론 모두가 버디 찬스.

그러나 페이트는 그린사이드에서의 10여m 칩샷을 그대로 홀인시켰다.

그게 들어가면서 우승의 운이 그에게 돌아간 셈.

상대팀인 레오날드는 2m라는 "절대적 버디 찬스"를 만들어 놓고
있었으나 우리가 늘 보고 듣던 골프의 속성대로 그 버디퍼트는 홀컵을
스치는게 골프의 흐름이었다.

"붙인 찬스 자랑말고 멀다고 실망말라"는 교훈은 아마나 프로나
마찬가지라는 얘기.

<>.이번대회에서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곳은 KBS.

이번대회는 대회경비조달을 둘러싸고 자칫 무산위기까지 갔었고 따라서
주최를 공식발표까지 했었던 KBS는 "망신당할"위기까지 처했었다.

그러나 현대의 참여로 대회는 이뤄졌고 KBS도 그들로서는 처음으로
골프생중계에 나설수 있었다.

그동안 외부적여건에 기인, 골프중계에 적극 나설수 없었던 KBS로서는
특히 이번대회가 "최고의 명승부"로 장식됨에 따라 모두가 웃음짓는
모습이었다.

<>.이번대회 최종일에 1만2,000여명이라는 최대 관중이 운집한 것은
참가선수들의 면면이 워낙 좋았고 그중에서도 존 데일리의 출현이
주요인임이 분명하다.

데일리는 경기시작당일 내한하는 스케줄상의 빡빡함으로 좋은 내용을
보여 주지는 못했으나 "참가"자체만으로도 대회의 성가를 크게 높이는
역할을 했다.

골프계에서는 세계최고인기선수들인 데일리와 그레그 노먼조차 금년에
내한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도대체 어떤 선수를 불러야 관심을 모을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하기도.

골프에서도 "한다면 화끈하게 하는 한국의 기질"이 금년에 유감없이
발휘된 셈이다.

<>.올시즌을 마친 결론은 "한국골프도 많이 컸고 내년엔 더 풍성해
질 것"이라는 것.

우선은 무대가 커져야 해당 스포츠도 발전하는 법인데 금년의 한국골프
무대는 "5년 이상" 걸릴 변모를 1년에 해치웠다는 평이다.

어쨌거나 95년은 한국골프의 "획기적 일년"으로 기록될 것이고 그런
급변이 한국골프의 미래를 한층 밝게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