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화랑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술품은 비싸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미술애호인구를
늘리기 위해 화랑협회 차원에서 시도된 미술품가격파괴는 나름대로
미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반면 예기치
못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미술의해를 기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을 알린다는 취지가 이른바
가격파괴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됐지만 한편으로 유통질서가 깨지는 바람에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술품가격파괴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가격파괴의 여파는 건전한 유통질서도 함께 무너뜨려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술품 가격파괴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화랑협회가 2~3년전부터 도입한 화랑미술제의
100만원이하 작품전이 시초가 됐다.
초기에는 신진들의 작품이나 중견작가의 소품 위주로 꾸며져 가격파괴
라기보다 서비스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미술품의 가격인하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이에따라
올들어 각종 미술행사에서 100만원이하에 미술품을 판매하는 가격파괴가
이어졌다.
미술의해 공식행사인 "한집한그림걸기전"을 비롯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한 "홍익조각회전" "서울공예대전" "한국청년구상작가전"
"서울서예대전" "서울미술대전"및 "신사미술제" 등에서 잇따라
가격파괴전이 마련된 것.
얼핏 미술애호인구의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 것같던 이 가격파괴
현상은 그러나 곧 미술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호당 20만~30만원대 작품은
물론 그이상 호가되는 중진.대가 작품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역작용을
가져왔다.
여기에 불황으로 인한 일부작가들의 덤핑판매까지 겹쳐 미술품 가격파괴
현상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미술시장의 유통구조를 심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이후 일었던 거품현상이 꺼진데다가 불황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작가들이 군소화랑이나 중개인을 통해 작품을 덤핑판매,
또다른 형태의 가격파괴현상을 낳으면서 미술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미술관계자들은 "모든 투자가 그렇듯 미술품투자의
경우에도 환금성과 일정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러나 미술품의
가격파괴현상이 계속될 경우 이 두가지를 모두 위협,미술시장의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것"이라고 내다봤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